조리해도 생존…전자레인지마다 고유의 '미생물 생태계' 있다

이병구 기자 2024. 8. 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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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는 인체를 포함한 우리 주변부터 극지방 얼음이나 해저의 뜨거운 열수분출공 등 극한 환경에서도 적응해 살아가는 미생물이다.

연구팀은 "사람과의 접촉, 영양소 분포, 방사선 수준 등이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해 가정용과 실험실용 전자레인지 사이에 박테리아 군집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극한 환경 박테리아 군집이 폐기물 정화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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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로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 등을 가열하는 전자제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박테리아는 인체를 포함한 우리 주변부터 극지방 얼음이나 해저의 뜨거운 열수분출공 등 극한 환경에서도 적응해 살아가는 미생물이다. 스페인 연구팀이 음식을 가열할 때 쓰는 전자레인지에서도 박테리아가 고유의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누엘 포르카 스페인 발렌시아대 통합시스템 생물학연구소 연구원팀은 다양한 공간의 전자레인지에서 사는 박테리아 종류를 분석하고 연구결과를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파로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 등을 가열하는 전자제품이다. 과거 식기세척기 등 다른 주방 제품에서 박테리아 군집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전자레인지에 사는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가정용 전자레인지, 사무실 등 공용 공간에서 쓰이는 전자레인지, 생물학 실험실 등에서 표본·용액 등을 가열하는 데 쓰이는 전자레인지를 각각 10대씩 총 30개 전자레인지에서 샘플을 수집했다. 이후 샘플을 배양하고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전자레인지 내부의 박테리아 종류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배양액에서는 총 101개의 박테리아 균주가 확인됐다. 대부분은 사람의 피부 등에 흔히 사는 박테리아로 모든 전자레인지에서 발견됐지만 가정용과 공용 전자레인지에서 비율이 높았다.

과거 마이크로파 조리가 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품을 통해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 일부도 가정용 전자레인지 배양액에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방의 전자레인지를 자주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험실 전자레인지에서는 박테리아의 다양성이 가장 높았고 전자레인지의 방사선, 고온건조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극한 환경' 박테리아들이 더 많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사람과의 접촉, 영양소 분포, 방사선 수준 등이 진화적 압력으로 작용해 가정용과 실험실용 전자레인지 사이에 박테리아 군집 차이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극한 환경 박테리아 군집이 폐기물 정화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3389/fmicb.2024.1395751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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