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K-신스틸러'를 만나다...길해연 "연극은 단련과 후회, 기쁨의 반복"

이세영 2024. 8. 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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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신스틸러'(scene stealer)란 어떤 배우가 출연 분량과 관계없이 주연을 뛰어넘는 큰 개성과 매력을 선보여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인물 혹은 캐릭터를 이르는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강탈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팀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중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로 영역을 확대해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배우의 릴레이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콘텐츠는 격주로 올라가며 한국의 연극출신 'K-신스틸러' 배우 아카이브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신스틸러' 제작진은 배우 길해연과 연극 평론가 김수미, 연극 연출가 김시번이 함께 한 인터뷰를 전편에 이어 공개한다.

▲김수미 평론가(이하 수미) : 길 선생님은 연극도 치열한 삶의 현장이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더 심하다고 말씀하셨다.

▲길해연 배우(이하 해연) : 연극은 극단에 막내가 들어오면 보살피고 끌어준다. 우리끼리 조금 봐주는 게 있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는 그런 게 없다. 그냥 알아서 잘해야 한다. 그러니까 굉장히 냉정하다. 연극은 인간이 가진 아주 원초적인 힘으로 끌어안고 간다. 그 과정에서 위로도 받을 수 있고, 기회를 또 주기도 한다. 연극 '33개의 변주곡' 때 나왔던 대사 "최악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게!" 를 너무 좋아한다. 연극을 하면서 최악의 순간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해결하려고 같이 머리 싸매고 충돌하고 무대에 올라가서 (방법을) 찾아내고 안도하고 또 그것을 한다. 인생이다.

▲수미 : 그런데도 무대 연기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일까?

▲해연 : 같이 토론하고 봐주고 더 좋은 걸 발견한다. 이 과정은 돈 주고 배우기도 어렵다. 함께 부대끼며 힘들어한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결국은 끝난다. 막이 내리고 '끝났다' 하고 떠날 수 있다. 그게 좋은 사람들은 또 오는 거다. 나를 또 단련시키고 후회하고, 기뻐하고 계속 반복이다.

▲수미 : 영화, 드라마와 무대 연기가 이런 점이 참 다르다.

▲해연 : 기본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연기의 크기'라는 말이 있다. 큰 극장에서는 어찌 됐든 내 연기의 크기가 커져야 한다. 대사의 볼륨도 그렇지만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극장 내 저기까지 들리게 해야 하고, 배우끼리만 얘기하고 관객을 소외시킬 수는 없다. 다른 에너지로 그것을 전달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확장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더 세밀해야 한다.

▲수미 : 대학에서 학생들에게도 같은 걸 가르치나.

▲해연 : 처음부터 이런 얘기를 한다. 연기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유명한 선생님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빨리 훔치는 것'이라고 한다. 다만 좋은 방식이 있어도 그 사람한테 맞지 않으면 안 되니까, 연극을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은 도를 닦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배우에 대한 경애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무언가를 소중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 같다.

▲수미 : 그래서 학생들이 선생님께 연기를 배웠다고 하지 않고 인생을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해연 : 한 학기 마무리하는데 학생들이 이렇게 적어냈다. "연기를 배우러 왔는데 저는 큰 인생 공부를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을 줬다는 것이다. 그때 너무 울컥했다. 나는 연기를 하며 계속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지 말고 왜냐고 물어보라'고 스스로 질문한다. 계속 왜냐고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시번 : 현재 연극인을 위한 활동도 하신다고 들었다.

▲해연 : 연기와 강의 외에 연극인복지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피하고 싶었다. '연극은 왜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내게 왜 이러는 걸까' 하고 느꼈다. 하지만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많은 연극인이 힘을 얻고 있다고 생각했다. 의료비 또는 생활비를 제공하는 'SOS 긴급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연극인 자녀 대상으로 장학금도 지원한다.

▲수미 :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계시다.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도 있나?

▲해연 : 얼마나 하고 싶겠나? 넷플릭스나 해외 영화를 보면 그렇다. 늘 그런 다양한 세상 속에서 살아서 움직이고 싶다. 최근 SBS의 럭비 소재 드라마 '트라이' 리딩에 참여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신나게 웃고 울었다. 윤계상 씨가 주인공이고 내가 체육고교 교장 선생님이다. 드라마 '귀궁'도 찍고 있다. 연극 '햄릿'은 9월 1일까지다. (웃음)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정규득, 책임 프로듀서 : 이동칠, 구성 : 민지애, 프로듀서 : 이세영, 진행 : 유세진·김시번·김수미, 촬영 : 김혜리, 스튜디오 연출 : 김혜리, 촬영협조 : 저스트엔터테인먼트,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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