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어 문체부도…정부, 대북전단 국내법 줄줄이 ‘위반’ 판단
정부가 대북전단 단체의 한류콘텐츠를 무단으로 살포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8일 확인했다. 국토교통부가 대북전단 살포시 풍선 무게가 2㎏이 넘을 경우 항공안전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 부처에서 또다른 위법성을 추가로 인정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권리자 허락 없이 저작물(한국음악, 드라마 등)을 USB에 저장할 경우 저작권법상 복제가 발생하고, 이를 살포하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공중에게 양도하는 것(배포)에 해당한다”며 “저작권(복제권, 배포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권 의원실에 민간단체가 북한에 보내는 대형 풍선에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을 저장한 전자장치를 함께 보내는 행위와 관련해 저작권법 해석을 물은 데 대해 문체부는 “저작권법은 저작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배포권, 전송권 등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권리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무단 복제, 배포, 전송 등을 할 우 저작권자는 침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나 형사고소 등이 가능토록 규정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다만 사전에 권리자로부터 허락을 받고 복제, 배포했다면 저작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문체부는 덧붙였다.
입법 보조 전문기관인 국회입법조사처도 권 의원 측에 “권리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한국음악, 드라마 등)을 USB에 저장할 경우 저작권법상 복제가 발생하고, 이를 살포하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공중에게 양도하 는 것(배포)에 해당하므로, 북한에 저작물을 무단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복제권, 배포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단체들은 관련 국내법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올해 보도자료를 통해 전단 살포를 공개하면서 ‘겨울연가’ 등 드라마와 나훈아, 임영웅 콘서트 동영상 등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전단 단체 큰샘 측도 언론 인터뷰에서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드라마 서너편과 미국 액션영화를 담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KBS ‘겨울연가’, tvN ‘사랑의 불시착’은 드라마 제작사에, 임영웅, 나훈아 동영상은 어떤 공연 영상인지 밝히지 않아 불분명하나 각각 가수 저작권 소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단체들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았다고 밝힌 적이 없다. 또 저작권자가 콘텐츠를 만들 때의 취지에 부합되게 사용한다고 보는지 등에 대해서도 밝힌 적이 없다. 대북전단 풍선에 포함된 콘텐츠 중 익명을 요청한 한 저작권자는 세계일보에 “해당 단체들에서 사용 협의가 온 적은 없다”고 했다.
한 탈북민 단체는 세계일보에 “중국 연변에 널린 것이 한국 영화 노래”라며 “저작권은 중국에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은 콘텐츠 배포만이 아니라 다운로드 과정에서도 합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불법 유통되는 파일을 확보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 단체들이 무엇을 보내는지 전체 목록은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 접촉이나 북한으로의 물품 이전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신고하게 돼 있지만, 통일부는 유독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이 무단으로 보내는 내용물과 관련해선 사전 신고도 요구하지 않고 내용물도 파악하지 않고 있어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용물이 파악되지 않는데서 오는 위험이나, 저작권을 침해받는 문화예술인의 규모도 종잡을 수 없는 상태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다수 국내법을 위반하는 총체적 불법 행위임이 인정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전단 살포 단체의)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간 통일부는 남북관계발전법상 처벌조항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정지됐다는 명분으로 전단을 방치해왔다. 최근 범정부 대책이 모색되자 국내법상 적법 행정을 해야 하는 타 부처에도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지난달 17일 국회 업무 현황 보고에서 아직 논의도 되지 않은 야당 의원들의 대안입법에 대해서도 “헌재 결정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가 월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통일부의 대북전단살포 현황에 따르면, 전단 살포는 올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7번, 2018년 1번, 2019년 5번, 2020년 4번, 2021년 2번, 2022년 6번, 2023년 6번이었으나 올해는 1∼6월 상반기에만 이미 9번 살포됐다. 특히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낸 데 대해 맞대응 국면이 펼쳐지면서 6월에만 6번 공개 살포됐다.
전단은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으로 살포돼 왔으나 이 단체들의 공개 살포 행위는 북한의 맞대응 유도, 북한 내에서의 떨어진 전단 습득 관련 감시를 강화해 북한 주민 인권 침해를 유발, 남남갈등 유발 등을 일으켜 활동 취지가 변질됐으며 “존재감 과시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단 살포 단체들 내부에서도 공개 살포 단체와 비공개 정보유입 활동을 하는 단체들 간 물밑 갈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살포가 증가한 것은 정부가 헌재 결정 취지를 왜곡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성 메시지를 발신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라는 사실상의 심리전 집행을 민간단체에 맡겨 군사적 긴장 고조를 방조하고, 실정법 위반 소지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수수방관함으로써 정부의 존재 이유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예진·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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