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의 불편함과 대중의 불편함[이정우 기자의 소실점]

이정우 기자 2024. 8. 9. 11: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우 전도연의 '직설'이 화제다.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오랜 기간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지켜온 전도연으로선 데뷔 이래 가장 큰 구설이다.

농담이 섞여 있다지만, 홍보에 나선 주연 배우의 말이라기엔 이례적으로 신랄했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배우 윤여정의 소감은 상황에 맞는 솔직함과 겸손함을 고루 갖춘 모범답안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전도연의 ‘직설’이 화제다. 정확히는 무례함의 경계에 선 솔직한 발언으로 욕을 먹고 있다.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오랜 기간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지켜온 전도연으로선 데뷔 이래 가장 큰 구설이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핑계고’가 “불편했다”는 전도연의 말이 시발점이었다. 7일 개봉한 영화 ‘리볼버’의 홍보차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덩달아 영화에 대한 거침없는 평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안 하고 싶었다” “오승욱 감독의 장점은 기교 없이 묵직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데, 이번 영화엔 그런 게 없다” “이번 영화는 약속 때문에 했다. 오 감독과 다음엔 약속 안 할 거다”까지. 농담이 섞여 있다지만, 홍보에 나선 주연 배우의 말이라기엔 이례적으로 신랄했다. 영화의 제작자·투자자라면 뒷목 잡을 얘기들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의 솔직함에 대해 영화의 소비자인 우리가 불편함을 느꼈다는 점. “홍보하러 나왔으면 열심히 홍보하지. 왜 도움되지 않는 소리를 하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홍보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무례했다”는 반응도 많다. 모두가 맞춰가는 상황에서 홀로 튀었단 취지다.

전도연의 말이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른 이유는 어릴 적부터 학습된 덕목에 어긋났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로부터 “결과는 상관없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해라”란 말을 들어보지 않은 한국 사람은 드물 것이다. “혼자 튀지 말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어떤가. 역시 한국 부모의 단골 조언이다. 전도연의 솔직함은 한국 사람 대다수가 어릴 적부터 체득해온 금기를 어겼다.

전도연은 억울할지 모른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최선을 다해 연기했으니 결과물에 대해 의견 정도는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불편한 걸 불편하다, 아닌 건 아니다 라고 말할 자유는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이다.

다만 권리엔 책임이 따른다.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커진다. 더구나 요즘 같은 극장 불황기에 배우의 홍보는 영화의 성적에 직결된다. 베테랑인 전도연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솔직함의 타이밍이 아쉬운 이유다.

바람직한 배우의 언어는 어떤 것일까. 참고 사례가 있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배우 윤여정의 소감은 상황에 맞는 솔직함과 겸손함을 고루 갖춘 모범답안이었다. 배우는 늘 좋은 ‘영화’에 나올 순 없지만, 늘 좋은 ‘언어’를 구사할 수는 있다. 솔직함엔 적당한 때가 필요하고, 배우의 언어엔 품격이 요구된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