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친 증시, 알고리즘 매매도 한몫

2024. 8. 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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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 8일 오후 2시께, 급등하던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장중 일순간 급락했다.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초전도체 물질 'LK-99'에 대해 미국의 한 대학연구소가 초전도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다.

실제 지난해 이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들의 장중 주가 '널뛰기'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선 외국 헤지펀드의 알고리즘 매매가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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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간대 거래량 폭증, 개인들 ‘패닉 셀’
전문가 “알고리즘 매매가 의심된다” 분석

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 8일 오후 2시께, 급등하던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장중 일순간 급락했다.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초전도체 물질 ‘LK-99’에 대해 미국의 한 대학연구소가 초전도성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다. 주가 급락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특정 시간대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개인들의 패닉 셀(공황 매도)보다 알고리즘 매매가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주문을 내기 위해 미리 설계해둔 알고리즘이 조건을 충족하자 매물 물량을 쏟아냈고 낙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지난해 급락 장면이 다시 소환된 배경에는 지난 5일 아시아 증시 대폭락 현상과도 닮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번 폭락장을 촉발한 배경에는 미국발(發) 침체 우려, AI 버블, 엔화 강세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여러 이유가 추측되지만 어느 하나 과도하게 폭락할 만한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상적 주가 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반대매매와 시스템 트레이딩 청산 등이 겹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번 하락장도 프로그램 매도가 집중될 수 있었던 조건이 충족되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차원에서 움직이는 펀드에서 동시에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연쇄 반응을 일으켜 대규모 폭락을 키웠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알고리즘은 미국 경제지표를 주요 데이터 근거로 삼는데,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으로 치솟으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즉, 지표상으로는 경기 침체로 해석될 수 있어 기계적인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프로그램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고팔기 때문에 어느 조건이 완성이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완전히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고 몇 개 펀드가 쏟아내면 지수가 하락한다”면서 “이로 인해 여러 가지 경제 변수들이 바뀌면서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오며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일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 발달로 전 세계적으로 알고리즘 매매 규모도 불어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알고리즘 거래 규모는 2021년 160억1000만달러(약 22조1400억원)에서 2031년 600억달러(약 82조5200억원)로 연평균 14% 성장세가 전망된다. 알고리즘 매매 대상은 현물 주식에서 주가지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까지 다양하다. 이에 알고리즘 매매 비중이 커질수록 증시가 짧은 시간 동안 급등락하는 변동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투자 전략이 소수의 우량주를 매수하고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로 불리는 초단타 매매로 변화했다는 연구 결과(한국증권학회)도 있다. 연구진은 “상위 10개 외국인 계좌가 거래한 종목 수가 소수 우량주에서 다수 종목으로 확장됐고 거래 종목들의 시가총액도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은 ‘가치투자자’ 외국인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투자자’ 외국인으로 주도세력이 변경됐다면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이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들의 장중 주가 ‘널뛰기’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선 외국 헤지펀드의 알고리즘 매매가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알고리즘 매매로 의심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며 “투자자의 리스크 노출이 매 거래일 진행되는 만큼 거래 질서 문란 계좌 지정 등 행정적 조치에 당국이 보다 과감해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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