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고정금리 주담대 첫 출시… 금리 내린다는데 통할까

IT조선 한재희 기자 2024. 8. 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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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 처음으로 10년간 고정금리 형태인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출시됐다. 금융당국이 금리 변동 리스크를 낮추라고 주문한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차주들이 10년씩 같은 금리로 묶인 담보대출 상품에 손이 나갈 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까지 떨어졌다./뉴스1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10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했다. 대출 실행 후 10년마다 금리가 달라지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으로 운영 한도는 2000억원이다. 금리는 연 3.38~5.39%으로 책정됐다. 이는 신한은행의 기존 5년 주기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리과 금리 차는 상·하단 모두 0.1%포인트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이에 맞춰 10년 만기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 계획도 확정했다. 금융당국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서비스로 커버드본드 발행금리를 은행채보다 낮출 수 있도록 한 만큼 2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주담대를 운용하겠단 계산이다.

커버드본드는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담대, 공공기관 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낮은 금리로 장기간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국은 AAA등급의 은행이 발행한 커버드본드를 주금공이 지급 보증한다면 동일 만기 은행채에 비해 0.05%포인트에서 최대 0.21%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여기에 신한은행도 가산금리를 조정해 고정형 확대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10년 주기형 주담대 가산금리로 1.78%를 책정했는데 5년 주기형 가산금리(2.08%)와 0.3%포인트 차이가 난다.

변동형 상품(신잔액기준 코픽스)의 가산금리는 2.53% 수준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이날 기준 4.09~5.70%로 형성돼 있는 만큼, 일단 10년 주기형 주담대의 금리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금융당국의 민간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공급 유도 위한 커버드본드 활성화 및 금융소비자의 선택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10년 주기형 주담대 흥행의 변수는 금리의 움직임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8월, 늦어도 10월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고정형 상품 금리가 변동형 상품 금리 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고정형을 선택하는 차주가 늘어난 것인데,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변동형 금리도 그만큼 낮아져 고정형 상품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추가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것도 조달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발행 금리가 은행채 5년물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금리 수준을 비슷하게 운영할 수 있다면 경쟁력 있겠지만 두 상품의 금리 차이가 40bp 이상만 되더라도 차주들이 체감하는 이자부담이 커진다”면서 “주담대 상품은 전적으로 차주의 선택인 만큼 금리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5년 주기형 고정금리는 3.30~5.62%로 집계됐다.

아직까지 신한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이 10년 고정 주담대 상품 출시 계획을 검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은 있지만 상품 출시와 맞닿아 있지는 않다.

커버드본드는 발행 시 발생하는 자본 비용과 주택금융공사 지급 보증에 대한 보증 수수료 부담 등 은행으로서는 여전히 부담이 더 커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대출 고정 비중을 높이는 것은 거시 경제 건전성을 높이려는 정책”이라면서 “이미 내놓은 유인책 외에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본 비용을 좀 더 낮춰주는 등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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