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질의는 뒷전인 청문회... '아들 불법체류' 논쟁에 수차례 정회

박건희 기자 2024. 8. 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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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국회 청문회
장남 불법체류 문제로 제동… 유 후보자 "사실 아닐시 자진 사퇴"
R&D, 이공계 대책 등 과학기술계 정책 질의 '뒷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인사청문회 전부터 논란이 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문제'가 8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이 됐다. 자정 가까이 진행된 청문회에서 과학기술계를 이끌 장관에 검증해야 할 정책적 질의는 모습을 감췄다.

유 후보자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인사청문회가 두 차례 정회를 거듭한 끝에 8일 밤 11시 7분 종료됐다. 장남의 병역 비리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불법체류 의혹이 정회의 원인이 됐다.

오후 6시 무렵까지 이어지던 유 후보자 청문회는 야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남의 불법체류 의혹을 제기하며 정회됐다가 오후 8시 30분 무렵까지 비공개회의로 전환됐다.

김 의원은 "(아들이) 미국에 있을 때 의료진에게 진술한 내용과 유 후보자가 제출한 질병의 내용이 다르다"며 아들이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것이 맞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앞서 지난 25일 유 후보자는 장남의 병역검사 기피 의혹과 관련, "미국 유학 기간 중 질병으로 입원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귀국이 늦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유 후보자는 "(질병으로 인한 게) 맞다"며 "사실이 틀릴 경우 자진해서 사퇴하겠냐"는 질문에 "사퇴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사전에 아들의 구체적 질병명과 관련, 자녀의 인권 보호를 위해 비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관련 질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김 의원은 "후보자와 가족의 중대한 사안이 발견돼 비공개 회의로 전환됐다"며 "사유는 국가공무원 시절의 위장전입과 가족의 불법체류"라고 말했다.

오후 8시 30분을 넘기고 나서야 청문회는 다시 공개 전환됐지만, 이후에도 장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질의가 계속됐다. 김 의원은 "장남 입원 당시 주민 신고로 경찰과 앰뷸런스가 출동했다는 서류 기록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아버지로서 이같은 서류를 못 봤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가세했다. 유 후보자는 "입원 사유는 그런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해 밝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기 힘들다"며 "질병 이야기를 끝까지 파고드는 모습이 잔인하다"고 했다. 이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취소하라"고 맞서며 청문회는 밤 10시 30분경 또다시 정회됐다. '아들 논쟁'이 계속되며 하루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던 청문회는 자정이 되기 전 가까스로 끝났다.

유 후보자는 "오늘 청문회에 임하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성실하고 정직하게 답하려고 노력했지만, 의원님들과 국민들의 눈높이엔 다소 미흡한 점도 있었을 것"이라며 "오늘 나온 지적과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겨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직책을 수행할 때 값진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최종 발언했다.

자정 가까이 진행된 청문회… 사라진 과기 정책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과학기술·정보통신 정책을 이끌 장관 인사를 검증하기 위한 청문회지만, 유 후보자가 취임 후 핵심 정책으로 꼽은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예산 및 방향과 AI(인공지능), 첨단바이오, 양자기술 등 '3대 게임체인저' 육성안 등은 정회 이후 이어진 청문회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오전~이른 오후 진행된 청문회에서 유 후보자는 지난해 있었던 R&D 예산 일괄 삭감과 관련해 "(지난 삭감 과정에서 나온) '나눠먹기식 R&D'라는 표현은 비효율을 칭하는 것"이라며 비효율 제거는 본인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삭감 과정에서 정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현장과의 소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서울대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유 후보자의 서울대 재료공학부 연구실 소속 학생의 평균 인건비가 2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유 후보자의 연구실 소속 모 학생은 34개월간 총 1765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51만 9000원을 받은 셈이다. 이에 유 후보자는 "이해할 수 없는 수치"라며 "터무니없이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의대 정원 증원이 이공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이 의원에 질의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더 좋은 처우로 학생들을 이공계로 유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우수한 외국인 학생, 여성 인력 활동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등 중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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