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까지 세균 득실” 방사선·고온 이기는 종류도

이정아 기자 2024. 8. 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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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세균)는 수백도가 넘는 뜨거운 심해 열수분출구와 영하 수십도의 남극 빙하 속에서도 산다.

연구진은 특히 박테리아는 아주 높은 온도에 도달해야만 죽을 수 있어서 전자레인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가정이나 사무실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데우는 용도로 사용해 주로 사람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검출됐지만, 실험실에서는 화학물질을 장시간 가열하는 용도로 사용해 그보다 더 극한 환경 박테리아가 많이 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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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가정·사무실, 종류는 실험실 전자레인지에 많아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진은 가정용과 공용 공간용, 실험실용 전자레인지의 내부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자체 서식하고 있는 박테리아를 검출했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이정아 기자

박테리아(세균)는 수백도가 넘는 뜨거운 심해 열수분출구와 영하 수십도의 남극 빙하 속에서도 산다. 고농도 염분이나 산성 환경, 심지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도 있다. 과학자들이 이런 극한 세균이 일반 가정에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로 전자레인지다.

스페인 발렌시아대 연구진은 가정용과 공용 공간용, 실험실용 전자레인지의 내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그 속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검출했다고 8일(현지 시각) 밝혔다. 박테리아는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 가장 많이 나왔고, 실험실 전자레인지에 사는 박테리아가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컸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첨단 미생물학’에 실렸다.

마뉴엘 포카 발렌시아대 통합시스템생물학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가정과 사무실, 실험실에 있는 전자레인지 내부를 면봉으로 닦아 시료를 채취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표본이나 화학용액을 전자레인지로 가열한다. 시료는 배양접시에서 키우고 나중에 박테리아의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물, 식물과 구분되는 박테리아의 문(門) 25개, 그보다 하위 분류 단계인 속(屬)은 747개가 확인됐다.

포카 교수는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가전제품에서도 다양한 극한 세균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아는 식기세척기나 커피머신 같은 주방 가전 제품에서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는 전자파가 방출되는 극한 환경이다. 이런 곳에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면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같은 식중독균을 완전히 죽일 것이라고 생각됐다.

수로 따지면 주로 음식을 데우는 가정과 사무실용 전자레인지에서 사는 박테리아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간균(Bacillus)과 마이크로코쿠스(Micrococcus),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속에 속했다. 모두 사람의 피부나, 사람이 자주 만지는 물건의 표면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들이다.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는 클레브시엘라(Klebsiella), 브레분디모나스(Brevundimonas) 등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도 검출됐다.

아이의 손을 배양접시에 찍고 키운 모습. 손에 있는 박테리아들이 증식했다./Tasha Sturm

전자레인지는 전자파로 물분자를 진동시켜 온도를 올리는 방식이므로 생물학적 분자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연구진은 특히 박테리아는 아주 높은 온도에 도달해야만 죽을 수 있어서 전자레인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음식물보다는 생화학 샘플을 주로 데우는 실험실 전자레인지는 박테리아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사선과 고온, 극한의 건조를 견딜 수 있는 박테리아들이 확인됐다. 데이토코쿠스(Deinococcus)와 히메노박터(Hymenobacter), 키네오코커스(Kineococcus), 스핑고모나스(Sphingomonas), 셀룰로모나스(Cellulomonas) 같은 종류였다.

사용 장소마다 전자레인지에 사는 박테리아가 다른 것은 가열하는 대상이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가정이나 사무실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데우는 용도로 사용해 주로 사람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검출됐지만, 실험실에서는 화학물질을 장시간 가열하는 용도로 사용해 그보다 더 극한 환경 박테리아가 많이 산다고 설명했다.

포카 교수는 “전자레인지는 무균의 깨끗한 장소가 아니다”며 “하지만 두려워 해야 하는 병원균 저장소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적인 병원균을 없애려면 전자레인지를 자주 청소, 소독하라”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전자레인지가 박테리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극한 환경에 사는 박테리아로 독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로 음식을 데우는 가정용, 공용공간용 전자레인지에서 사는 박테리아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간균(Bacillus)과 마이크로코쿠스(Micrococcus),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속에 속했다. 사람의 피부나, 사람이 자주 만지는 물건의 표면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들이다./마뉴엘 포카, 프론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

참고 자료

Frontiers in Microbiology(2024), DOI: https://doi.org/10.3389/fmicb.2024.139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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