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팀코리아 응원봉, 살 수 있나요?”…IOC도 당황한 올림픽 신문물 [K-응원봉]

2024. 8. 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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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 K-팝 응원봉 올림픽 입성
하이브 자체 기술로 성화봉 모양 제작
IOCㆍ파리올림픽도 당황…승인 난관
테러 이슈로 개막식 땐 배터리 빼고 입장
128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K-팝 응원봉이 입성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뉴진스가 소속, 응원봉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가 2024 파리올림픽의 ‘팀코리아 응원봉’ 제작을 맡았다.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팀코리아 응원봉 살 수 있나요?”, “한 번만 들고 사진 찍어도 될까요?”

지난달 27일 파리 시내 에펠탑 인근 앵발리드 옆 ‘메종 드 라 쉬미(Maison de la chemie, 화학회관)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 대한민국 펜싱 국가대표 오상욱과 수영 국가대표 김우민의 결승전을 응원하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비가 흩뿌리는 와중에도 500여 명의 인파가 긴 줄을 늘어선 것은 올림픽에 등장한 ‘신문물’ 팀코리아 응원봉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팀코리아 응원봉은 국가대표 선수들 못잖게 올림픽 현장을 빛낸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오상욱 선수가 긴 팔과 다리를 쭉 뻗어 상대 선수를 향해 칼을 겨눌 때마다 수백 명의 손에 들린 응원봉은 영롱하게 반짝였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팀코리아 응원봉은 당초 500명에게 무상 제공하기로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몰려 300개를 더 나눠줬다.

128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K-팝 응원봉이 입성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뉴진스가 소속, 응원봉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가 2024 파리올림픽의 ‘팀코리아 응원봉’ 제작을 맡았다. 하이브는 앞서 지난 3월 대한체육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응원봉과 팀코리아 공식 머치를 제작하게 됐다.

파리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진행된 단체 응원에서 한국인은 물론 한국을 응원하는 외국인들이 팀코리아 응원봉을 들고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하이브 제공]
오색찬란 ‘팀코리아 응원봉’…파리에서 무슨 일이?

“오~ 필승 코리아! 짝짝!!”

YB(윤도현 밴드)가 부른 대한민국 대표 응원곡이 흘러나오자 앙증 맞은 성화 모양의 응원봉은 센스있게 불빛을 깜빡이며 박수 소리를 연출했다. K-팝 그룹의 콘서트 현장에서나 보던 응원봉이 백야의 파리 시내를 수놓은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응원봉 연출을 지휘한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선수가 득점을 하거나 경기가 잘 풀리지않을 때 관람객의 호응과 더 큰 응원을 유도하기 위해 경기 흐름에 맞게 음악을 적절히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응원곡은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익숙한 곡으로 선정했다. 하이브 연출팀은 17개 곡을 준비, 대한체육회와의 상의 후 올림픽 단체 응원전의 취지에 맞는 5곡을 선정했다. ‘오 필승 코리아’를 시작으로 ‘버터플라이’(러브홀릭), ‘챔피언’(조수미), ‘승리를 위하여’(트랜스픽션)와 팀코리아 공식 응원가인 ‘파이팅해야지’(부석순) 등이다. 이 곡들이 등장할 때마다 응원봉은 총천연색으로 반짝이며 일렁였다.

128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K-팝 응원봉이 입성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뉴진스가 소속, 응원봉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가 2024 파리올림픽의 ‘팀코리아 응원봉’ 제작을 맡았다. [하이브 제공]

스포츠 경기와 K-팝 공연에서의 응원봉 연출은 차이가 크다. 스포츠 경기는 과정에 따른 변수가 많아 시시각각 연출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파리 현장에서 원하는 효과를 즉각 제어할 수 있는 응원봉 연출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경기 상황에 맞게 대응했다. 사전 준비도 철저했다. 단체 응원 당일 파리는 백야 현상으로 밤 9시가 넘어 일몰이 시작, 밤 10시경부터 어두워진다는 점을 감안해 빛의 색상을 조절했다. 원색 위주의 색상과 빠른 점멸 속도 효과 위주로 응원봉의 사전 작업을 준비한 것이다.

현장 관계자는 “경기 시작 후엔 관람객들이 경기 내용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절제된 효과로 연출팀과 준비했는데 펜싱 사브레 남자 개인 준결승전 승리 이후 분위기가 상당히 뜨거워졌다”며 “코리아하우스의 관람객이 응원 구호를 외치는 분위기가 되며 박수나 함성이 돌발적으로 나왔다. 이러한 상황 역시 염두하고 준비해 무리 없이 응원전을 마쳤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대한체육회에 총 5000개의 ‘팀코리아 응원봉’을 제공했다. 단체 응원전을 통해 800개를 무상 제공했고, 대한체육회는 현지 교민과 선수 가족들에게 응원봉을 전달하며 올림픽 현장에서 열띤 응원에 활용하고 있다. 일부는 코리아하우스에서 30유로(한화 4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파리에서의 팀코리아 응원봉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현장 관계자는 “파리 현지인들은 ‘신기하다’, ‘콘서트장에 온 것 같다’, ‘하나의 팀으로 소속감이 느껴진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며 “응원봉의 빛 색깔과 점멸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것에 대한 신기함, 콘서트장에서 쓰던 응원봉이 팀과 선수를 응원하는 스포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128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K-팝 응원봉이 입성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뉴진스가 소속, 응원봉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가 2024 파리올림픽의 ‘팀코리아 응원봉’ 제작을 맡았다. [하이브 제공]
5개월의 제작 기간…성화봉 모양에 ‘한국의 상징성’ 담아 디자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K-팝의 상징인 ‘응원봉’이 투입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팀코리아 응원봉’의 탄생엔 하이브와 대한체육회 양측의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이브는 스포츠 팬덤 역시 K-팝 팬덤 못지 않은 규모를 가졌다고 판단, 파리 올림픽을 한류 전파의 기회로 삼았다. 대한체육회 역시 올림픽 기간 K-컬처 확산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중 ‘응원 도구’로의 K-팝 응원봉을 떠올리게 됐다.

팀코리아 응원봉은 올림픽이라는 대형 국제 이벤트에 등장한 사상 유례 없는 첨단 문물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공식 행사이자,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상징적 의미를 안은 만큼 제작 과정엔 ‘응원봉 장인’들의 노고가 담겼다.

팀코리아 응원봉의 제작 기간은 총 5개월 정도.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뉴진스까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의 응원봉 제작 기간은 통상 6~9개월 가량 걸린 점을 고려하면 그리 긴 기간은 아니다. 하이브가 소속 가수들의 응원봉을 직접 제작해 오다 보니 자체 기술이 모두 투입돼 5개월에도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선 대다수 K-팝 그룹이 응원봉을 가지고 있지만,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사로는 유일하게 응원봉의 기획, 디자인, 기술 관련 특허, 연출, CS(고객 서비스)를 모두 담당하는 유일한 회사다.

팀코리아 응원봉은 ‘고심의 산물’이다. 디자인부터 기능에 이르기까지 제약 과정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응원봉에 있어 디자인은 일종의 ‘정체성’이다 보니 가장 고심을 해 제작했다. 응원봉의 모양이 ‘누구’를 응원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이브 IPX 내 응원봉 디자인 팀은 팀코리아 응원봉이 한국을 대표하면서도 올림픽의 첫 응원봉이라는 상징성을 디자인에 담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이승석 하이브 브랜드시너지본부 대표는 “한복 옷깃 모양이나 트로피를 형상화한 디자인 등 굉장히 많은 시안이 나왔지만, 공식 행사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응원봉인 만큼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성화봉 디자인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응원봉은 선수용(공식 명칭 디지털 플래그)과 일반용(팀코리아 응원봉) 등 총 두 종류다. 팀코리아 응원봉은 전체적으로 성화봉 형태을 띄는 상태에서 손잡이 상단의 투명 케이스 안에 팀코리아 로고를 배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살렸다. 로고 아래 발광부는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착안, 원형을 띠며 안에서 바깥으로 관중석이 퍼져나가는 패턴을 적용했다. 선수용 응원봉은 일반용 디자인에 태극기를 추가해 넣었다.

개회식에 디지털 플래그를 들고 입장한 한국 선수단 기수 우상혁, 김서영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응원봉의 기능은 하이브 소속 가수들의 응원봉과 비슷하다. 응원봉을 가진 사람이 수동으로 손잡이 부분 버튼을 누르면 파랑·빨강·노랑·초록·금색 등 총 다섯 가지 색으로 빛깔이 변한다. ‘중앙 제어’로 송신되는 신호를 받을 때는 무려 6만 5000가지의 총천연색으로 빛난다.

한국에선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지만 사실 개막 직전까지도 팀코리아 응원봉의 파리 입성은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개·폐막식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디지털 플래그’를 들고 입장하는 등 사용 승인을 받는 것도 난관이었다.

이 대표는 “파리올림픽에 팀코리아 응원봉을 가지고 들어가기까지 고비가 많았고 막판까지 조율 과정을 거쳤다”며 “특히 IOC와 파리올림픽 측에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한체육회에서 애를 많이 써줘 선수들이 개막식에 응원봉을 들고 입장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다만 테러 이슈로 응원봉 안에 건전지를 넣을 수 없어 선수들의 손에 든 응원봉은 빛을 내진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오는 12일 열리는 폐막식에도 ‘디지털 플래그’를 가지고 입장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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