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검찰 대규모 통신 조회, 文정부 때와 180도 바뀐 조선일보

윤수현 기자 2024. 8. 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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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기자·정치인 무차별 통신조회 논란, 조선일보는 지면기사 1건만
2021년 자사·TV조선 기자 통신조회 논란 당시엔 지면기사 50건 넘어
제도 개선 요구하는 기사 필요한 시점… "진보·보수 따질 문제 아냐"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모습과 검찰이 지난 2일 보낸 통신조회 안내 메시지.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OO이 수사권을 이용해 자신에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사와 민간인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범죄 혐의도 없는데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OO 수사 대상도 아니다. 한마디로 불법적 뒷조사다.”

“OO의 언론사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쯤이면 OO 수사 대상도 아닌 기자 사찰 의혹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런데도 OO은 '기밀누설과 관련된 적법한 조회'라고만 할 뿐, 구체적 조회 목적과 대상을 밝히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2021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기자·언론인 통신조회 논란 때 내놓은 사설·비평이다. 비판은 공수처를 향했지만, 이를 현재 논란인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팀의 대규모 언론인·정치인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대입해 봐도 무리가 없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수사기관의 무차별적 통신조회에 비판적 입장을 가졌지만, 현재 보도를 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보도 양에서 3년 전과 큰 차이가 있으며, 비판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가 언론인·정치인을 대상으로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통신조회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다수 신문이 비판을 내놓고 있다. 진보 성향의 한겨레·경향신문뿐 아니라 동아일보·중앙일보도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조회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통신조회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지면에선 이번 통신조회 논란에 대한 기사를 찾기 쉽지 않다. 지난 2일 이후 조선일보가 작성한 관련 지면기사는 1건에 불과하다. 통신조회 논란에 대한 여야 입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6일 <통신 조회에 “합법” “정치 사찰”… 3년 새 입장 바뀐 여야>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통신 조회 비판을 전하면서 2021년 공수처 논란 때는 여야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고 했다. 같은 기간 동아일보가 6건의 기사를 쓰며 검찰의 통신조회 관행을 지적하고, 중앙일보가 사설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한, 또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한 것과 비교된다.

3년 전 조선일보의 보도는 지금과 달랐다. 조선일보는 2021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TV조선·조선일보 등 언론인과 윤석열 대통령 등 정치인 통신조회에 나서자 지면기사를 통해 이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조선일보가 TV조선 기자들의 통신조회 사실이 알려진 2021년 12월11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지면에 게재한 공수처 통신조회 관련 기사·칼럼·사설은 53건이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하루 1건 이상 관련 글을 지면에 올린 셈이다.

당시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공수처에 대한 비판은 물론 관련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2021년 12월15일 공수처가 자사 기자 6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사설 <비판 보도 기자들 무더기 전화 뒷조사, 수사권 이용한 범죄>를 내고 통신조회를 “불법적 뒷조사”로 규정했으며, 같은 달 30일 사설 <野 후보와 의원 80명의 전화도 조회했다니, 이래도 되는가>에서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2021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작성한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 관련 기사, 칼럼, 사설 갈무리

2021년 통신조회 논란은 범위와 대선 기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현재와 차이가 있지만, 수사기관이 무분별하게 통신조회를 했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변함이 없다. 통신조회 대상, 정치적 상황에 따라 조선일보가 다른 보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조선일보는 2016년 3월 국가정보원이 한겨레 기자 34명을 상대로 통신조회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지면기사를 내지 않았지만, 2017년 10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통신조회를 당했다고 밝히자 그해 10월11일 <홍준표가 말한 '통신조회'는 번호 주인 확인> 기사를 8면에 내고 “여야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기 보다는 통신조회 남용 방지 대책을 논의할 일”이라는 법조계 관계자 인터뷰를 소개했다.

TV조선의 상황 보도량에서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인다. TV조선은 2021년 12월 자사 기자의 통신조회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기사 수십 건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 신동욱 당시 TV조선 앵커(현 국민의힘 의원)는 '앵커의 시선' 코너에서 “백번 양보해 방식이 적법했다고 해도 이 정도면 언론 사찰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2021년 12월15일), “비판적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으로 뒤를 캔 건 아닌지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2021년 12월13일)이라고 했다.

▲신동욱 당시 TV조선 앵커(현 국민의힘 의원)가 뉴스9 앵커의 시선 코너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하지만 TV조선이 이번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의 통신조회에 대한 기사를 방송에 내보낸 건 1차례다. TV조선은 지난 5일 <무더기 통신 조회 논란…문제점은?> 보도에서 이번 논란을 건조하게 정리했으며, 앵커는 “비슷한 사안을 놓고 여야가 자기 주장을 하는 거보면 '내로남불'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만 언제, 어떤 경우에 조회를 하는지 그건 명확해야 하겠다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에 3년 전과 같은 보도를 바라는 것은 과한 기대일까. 수사기관의 무차별 통신 조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론이 균형을 잡고 통신조회의 문제점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번 사건이 정쟁으로만 흘러간다면 해결책을 모색할 길이 요원해진다면서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 언론인 누구나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 검찰의 수사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정파성과 관계없이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보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정파적으로만 사건을 바라보면 수사기관의 통신조회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의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양당의 정파적 문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현행 제도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오 대표는 “이번 사건의 경우 기자들이 통신조회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는데 진보언론인지 보수언론인지 따질 문제가 아니다. 언론 일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상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저널리즘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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