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손실, 방치하면 치매를 유발한다…14번째 위험 요인으로
치매랜싯위 발표…당뇨, 고혈압 등 상당수가 혈관 건강과 관련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9년 5700만명에서 2050년 1억5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치매는 50살 이상 중노년층이 가장 걱정하는 질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치매 전문가 27명으로 구성된 치매랜싯위원회가 치매 위험 요인 2가지를 새로 추가했다.
위원회는 지난 1일 랜싯을 통해 발표한 ‘2024년 치매 예방, 개입 및 치료’ 보고서에서 중년기(18∼65살)의 높은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일명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와 백내장 등에 의한 노년기의 시력 손실이 치매 위험 요인이라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위원회가 제시한 치매 위험 요인은 기존 12가지에서 14가지로 늘었다. 추가된 나쁜 콜레스테롤과 시력 손실이 치매 발병에 끼치는 영향력은 각각 7%, 2%로 평가됐다.
이번 보고서는 2017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된 것이다. 위원회가 앞서 두 차례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치매 위험 요인 12가지는 짧은 교육 기간(저학력), 고혈압, 신체 활동 부족, 사회적 고립, 과도한 음주, 대기 오염, 흡연, 비만, 외상성 뇌 손상, 우울증, 당뇨병, 청력 손실이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워싱턴대 의대의 에릭 라슨 교수는 “콜레스테롤, 당뇨, 고혈압, 흡연, 비만 등 치매 위험 요인 중 상당수가 혈관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력 손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위험한 이유는?
보고서는 우선 백내장, 당뇨성 망막증 등 피할 수 있는 시력 손실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기존 14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14.5년 후 치매 발병 위험이 4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길 리빙스턴 교수는 시력 손실이 치매 위험 요인인 것은 시각과 청각 둘 다 뇌의 인지 기능을 자극하는 감각이라는 점에서 청력 손실과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빙스턴 교수는 시력 손실은 사회적 측면에서도 치매 위험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시력 손실이 생기면 외출을 덜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사회적 고립 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더스-시나이의료센터의 마야 코로뇨-하마우이 교수(신경외과)는 “망막은 뇌에 직접 연결된 유일한 중추 신경계 기관으로 망막이 손상되면 뇌도 거의 같은 정도로 손상된다”며 망막의 손상은 치매와 관련성이 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백내장의 경우,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29% 감소했다는 미국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보고서는 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경우, 27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치매 위험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18~65살 기간에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의 치매 위험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로, 막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혈관을 막는 혈전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대부분 간에서 만들어진 뒤 단백질과 결합해 지질단백질이란 분자 형태로 혈관을 따라 이동한다. 이 가운데 저밀도 지질단백질은 콜레스테롤을 혈관벽에 쌓는 반면, 고밀도 지질단백질은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주는 청소기 역할을 한다.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치매 위험 사이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리빙스턴 교수는 “콜레스테롤이 과도하면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고 뇌졸중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끈적끈적한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과, 뇌졸중 위험 증가는 혈관성 치매와 관련이 있다. 한 연구에서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1밀리몰/리터(mmol/L) 증가할 때마다 치매 발생 빈도가 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청력 상실과 나쁜 콜레스테롤
연구진은 14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합치면 전 세계 치매 사례의 거의 절반(45%)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4가지 위험 요인을 제거하면 치매의 절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14가지 위험 요인 중 치매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청력 손실과 높은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로, 각각 7%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가장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청력이 10dB 악화될 때마다 치매 위험이 1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향력이 가장 적은 위험 요인은 비만과 과도한 음주로 영향력이 각각 1% 정도였다.
대기 오염은 현재로선 위험도가 높지 않지만 대기 질이 나빠지면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치매 사례 가운데 18만8천건이 대기오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정부와 개인에 대해 치매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한 조처 13가지를 권고했다.
1.모든 사람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년기에 인지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라.
2.청력 손실이 있는 사람은 보청기를 사용하고 유해한 소음 노출을 줄여라.
3.우울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라.
4.사람과 접촉하는 스포츠나 자전거를 탈 때 헬멧 등 머리 보호 장비를 사용하라.
5.스포츠와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으므로 운동을 장려하라.
6.흡연을 줄이고 금연 상담을 받도록 하라.
7.40살부터 고혈압을 예방 또는 감소시키고 수축기 혈압을 130mmHg 이하로 유지하라.
8.중년기부터 높은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고 치료하라.
9.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가능한 한 일찍 비만을 치료하라.
10.과도한 음주를 삼가라.
11.사회적 고립을 줄여라.
12.시력 손실을 치료하라.
13.대기 오염 노출을 줄여라.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1296-0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4 report of the Lancet standing Commission.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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