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기엔 젊고 도전하기엔 늦은 '애매함', 前 LG 에이스 선택은 아버지와 함께 도전이었다[스조산책 MLB]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을 트레이드 마크로 '잠실 예수'로 불리며 LG 트윈스 에이스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가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켈리는 KBO를 거쳐 먼저 빅리그에 입성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케이시와 성이 같을 뿐 개인적 인연은 없다)나 최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한 에릭 페디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메이저리그 꿈을 꾸고 있다면 모든 면에서 험난한 행보가 예상될 수밖에 없다.
켈리와 페디는 KBO리그를 평정한 직후 오프시즌 동안 오퍼를 받아 당당히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역수출품'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켈리는 SK 와이번스에서 4시즌을 활약한 뒤 2018년 12월 2년 550만달러에 애리조나와 계약하며 빅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페디는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정규시즌 MVP에 오른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2년 1500만달러 오퍼를 받아 빅리그 재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켈리는 지난달 LG에서 방출돼 자유계약신분으로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트리플A 루이빌 배츠에서 도전을 시작한다. 물론 LG 입단 전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동안 간헐적으로 던진 26경기 등판 경력이 있지만, 그건 지금 다시 스타트라인에 선 켈리의 운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또한 나이가 너무 많다. 켈리는 1989년 10월 생으로 올가을이면 35세가 된다. 메릴 켈리는 애리조나에 입단할 때 30세였고, 페디가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지난 겨울 나이는 31세였다. 조시 린드블럼은 2019년 두산 베어스에서 20승을 거두고 그해 말 32세에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912만5000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했다.
두산 출신 시카고 화이트삭스 크리스 플렉센이 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할 때 나이는 불과 26세였고, 올해 10승대 투수로 올라선 삼성 라이온즈 출신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벤 라이블리도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2023년 31세였다. KBO 출신 가운데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선 투수 중 지금 켈리 나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구위를 뽐낸다면 모를까, 30대 중반의 중고 신인을 후반기 레이스에 중용할 구단은 없다. 물론 신시내티는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희박해 9월 엔트리 확대 때 혹은 이전에 켈리에게 기회를 줄 여지는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켈리는 전성기를 한참 지나 커리어의 저점을 향해 내려가는 단계에 와 있다. LG에서 6시즌 동안 성적을 보면 이걸 부인하기는 어렵다. 평균자책점 추이가 2.55→3.32→3.15→2.54→3.83→4.51이다. 직구 평균 구속은 2019년 146.1㎞에서 올해 142.9㎞로 감소했다. 투심도 144.2㎞에서 141.6㎞로 느려졌다.
게다가 신시내티 빅리그 마운드에 자리가 별로 없다.
현지 매체 메이저리그 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켈리가 레즈에서 빅리그로 오르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마주해야 한다'며 '신시내티는 현재 헌터 그린, 닉 로돌로, 앤드류 애보트, 닉 마르티네스, 카슨 스파이어스로 이어지는 5인 로테이션이 탄탄하고, 롱릴리프 제이콥 주니스의 ERA+가 108로 가장 나쁠 정도로 대체 선발이 필요한 명분이 없어 보인다. 이들 중 부상자가 한 두명 나온다고 해도 켈리는 논로스터 신분인 베테랑 저스티스 셰필드, 40인 로스터에 포함돼 있는 라이온 리차드슨보다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매체는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한다고 해도, 남은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면 2025년 시즌을 앞두고 그의 활약에 관심을 표시하는 구단이 등장할 수 있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켈리는 2008년 드래프트 1라운드 30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각광받은 유망주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2018년 시즌을 마치고 태평양을 건넜다.
흥미로운 건 켈리가 몸담게 된 루이빌 감독이 켈리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팻 켈리 루이빌 감독은 1970~1980년대 포수로 선수 생활을 했는데, 메이저리그에는 198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3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다. 커리어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은퇴 즈음인 1986년부터 마이너리그 감독 생활을 시작해 올해가 38년째다.
아들 켈리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2년 8월 27일은 당시 신시내티 산하 루키팀 감독을 하고 있던 아버지 켈리의 생일이었다. 신시내티 마이너리그 역사상 아버지와 아들이 한 구단에서 인연을 맺은 건 켈리 부자가 처음이라고 한다.
아버지 켈리는 최근 마이너리그 통산 2000승을 달성해 아들 켈리가 입단한 8일(한국시각) 샬럿 나이츠(콜로라도 로키스 산하)전을 앞두고 루이빌의 홈구장 루이빌슬러거필드에서 축하 기념행사가 열렸다. 아들이 아버지를 위한 축하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켈리는 오는 12일 샬럿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루이빌 데뷔전을 치른다. 일단 그 결과를 봐야 향후 행보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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