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신 스마트폰과 논 죄… 불안에 고통받는 Z세대[북리뷰]

2024. 8. 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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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지음│이충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2010년 이후 청년 우울증 급증
과잉보호하는 부모에 양육되고
스마트폰과 함께 사춘기 보낸탓
공동체 속 놀이 통한 성장 결핍
가상세계 진입 늦추고 놀게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청년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정신적 위기에 빠져 있다. 2010년 이후, 미국에선 청년들의 불안과 우울증, 자해와 자살, 사회적 왕따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 10대 여자아이의 우울증 비율은 약 145%, 남자아이는 약 161% 각각 증가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스마트폰 보급, 소셜 미디어 사용, 비디오 게임 유행 등이 그 원인이었다.

‘불안 세대’에서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교수는 1996년 이후 태어나 스마트폰 세례를 받고 자라난 Z세대 청년들을 불안 세대라 부른다. 이 세대를 불안에 빠뜨린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들이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기에 사춘기를 보낸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 의식에 사로잡힌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점이다.

이 세대의 성장 경험은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온라인 세계의 과소 보호가 특징이다. 부모의 과잉 불안은 1980년대에 생겨나 1990년대 이후 널리 퍼져 나갔다. 동네나 학교는 별로 위험한 공간이 아닌데도, 이들은 아이 혼자 집 밖에 나가면 폭력이나 유괴에 노출되는 등 큰일 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 이들의 불안은 때마침 일어난 기술 변화와 결합해 아이들의 디지털 중독을 가속했다. 아이를 내보내 친구랑 놀고 마을을 탐험하게 하기보다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혼자 시간을 보내게 하는 부모가 증가한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 성장 환경이 놀이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이동한 것을 ‘아동기 대재편’이라 부른다.

이 책에 따르면, 아동기 대재편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위험해 보이는 현실 대신 안전한 고립을 택한 대가로 아이들이 얻은 건 더 큰 해악이었다. 대면 인간관계가 줄면서 고립에 몸부림치는 사회적 박탈, 수면 시간과 질이 떨어지면서 인지 결손, 수면 결핍, 주의 분산, 스마트폰을 놓으면 지속적 불안과 과민성에 고통받는 도파민 중독뿐이었다. 청년층의 정신적 위기는 그 결과다.

인류는 본래 동네 골목이나 놀이터에서 또래들과 뛰노는 과정에서 개인적 욕구를 조절하고 사회적 권위와 문화적 관습을 익히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이런 자연적 성장 과정을 강탈했다. 온라인 세상에서 청년들은 중독성 강한 콘텐츠에 수시로 주의를 빼앗긴 채, 정체 모를 온라인 친구들과 함께 자란다. 이는 인간관계를 고갈시키고, 사회적 학습을 파괴하며, 문화적 정체성을 뒤흔든다.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면 삶은 공허할 뿐이다.

더욱이 우리의 어린 마음은 친밀한 소규모 공동체에서 적당히 위험한 놀이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즐기면서 독립적 자아로 성숙한다.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서 아찔함을 경험한 아이만이 스스로 위험을 다루는 법을 안다. 부모의 안전 지상주의, 즉 지속적 감시와 과잉보호 속에서 좌절과 실패, 충격과 실수를 충분히 겪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늘 불안하고 불행하며, 약간의 불편함도 못 견뎌 한다. 자기 주도 아래 위험과 갈등을 견디고 이겨내면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얻는 어떤 경험도 현실 경험을 충분히 대체하지 못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100만 명과 댓글을 주고받더라도 실제 그들은 혼자 방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코 박고 있을 뿐이다. 인간관계의 질적 저하는 불안을 가속한다. 언제 끊길지 모르는 약한 관계 탓에 아이는 온 신경을 온라인 자아 연출에 쏟는다. 현실 공간의 단단한 관계와 달리, 온라인에선 언제, 어디서 공격받아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르는 까닭이다. 이러한 불안정 관계는 사람들을 심리적 불안과 공황 상태에 빠뜨리고 절망과 자살을 부추긴다.

불안의 증식을 억제하려면 놀이 기반 성장 환경을 되살리는 개혁이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다면, 가상 세계 진입을 늦추고 현실 세계에서 뛰어놀도록 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 금지, 16세 이전 소셜 미디어 금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 부모나 교사가 간섭하고 감독하지 않는 자유 놀이와 독립적 행동의 더 많은 보장이 그 방법이다. 528쪽, 2만48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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