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 유년기… 부끄러워해도 괜찮아[어린이 책]

2024. 8. 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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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가 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어린이 독자를 만날 때다.

옆 친구가 쉬지 않고 말하고, 묻고, 답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두 아이 때문에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수업을 마치고 "오늘 재미있어서 눈물 안 났지?" 물으니 어린이는 수줍게 "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날 어린이에게 말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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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수줍은 괴물 조르지오
다비드 칼리 글│스테파노 마르티누즈 그림│김여진 옮김│노는날

‘동화 작가가 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어린이 독자를 만날 때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어린이와 조용히 눈빛만 보내는 어린이가 한 공간에 있다. 후자의 어린이들에겐 질문을 해도 답이 없다. 말을 하고 싶긴 한데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백 명 가까이 모인 강당에서 학생 한 명이 맨 앞에서 울고 있었다. 왜 우냐고 물었더니 옆 친구가 대신 “얘는 사람 많은 데 가면 울어요!” 했다. “선생님이랑 수업해 보고 재미없으면 그때 울자” 하니 장난꾸러기가 “엉엉!” 소리를 냈다. 아이들이 한바탕 웃었고, 그제야 눈물을 흘리던 아이도 조금 웃었다.

조르지오는 수줍은 괴물이다. 누가 조르지오를 쳐다만 봐도,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친구들하고 놀 때도 자꾸 얼굴이 빨개진다. 선글라스를 쓰거나 변장을 해도 소용없다. 스스로를 부정하던 조르지오는 차라리 투명해지고 싶다. 자신이 사라지는 것만이 해결책이라 여긴다.

조르지오가 변화하게 되는 것은 ‘수줍은 어린이 동아리’에 가입한 후부터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친구들 사이에서 조르지오는 빨강을 벗고 본연의 색을 찾아간다. 수줍음은 치료해야 할 병이나 극복해야 할 난관이 아닌, 자신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된다.

그날 강당에서 눈물을 흘리던 어린이는 수업이 시작되자 더는 울지 않았다. 옆 친구가 쉬지 않고 말하고, 묻고, 답했기 때문이었을 거다. 잠깐 울상이 됐다가도 옆 사람 행동에 시선을 뺏겨 울 타이밍을 잃은 듯했다.

두 아이 때문에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수업을 마치고 “오늘 재미있어서 눈물 안 났지?” 물으니 어린이는 수줍게 “네”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한 뼘 더 성장했다.

그런데 그날 어린이에게 말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실은 나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종종 울고 싶어지는 어른이라는 거 말이다. 독자들에겐 언제까지나 비밀로 하고 싶기는 하다. 40쪽, 1만7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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