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먹고사는’ 창작자… 초심 원한다면 꼭 읽어라[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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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카페 사장님은 영화, 음악, 미술, 책에 대해 확고한 취향을 지닌 분이다.
얼마 전 카페에서 마감에 늦은 원고를 쓰느라 낑낑거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책을 한 권 건네주셨다.
이 책은 페이지마다 한 번 이상 놀라게 되는데, 옆에 누가 있으면 방금 읽은 부분을 당장 말하고 싶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창작자라면 무조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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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카페 사장님은 영화, 음악, 미술, 책에 대해 확고한 취향을 지닌 분이다. 얼마 전 카페에서 마감에 늦은 원고를 쓰느라 낑낑거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책을 한 권 건네주셨다. 영화 ‘아무르’에도 잠깐 등장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의 산문집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풍월당)인데, 정말 좋다며 본인은 다시 주문할 테니 가지라고 하셨다. 책의 서두에 놓인 제사를 읽자마자 알았다. 이것은 보물이다! “침묵을 먹고사는 이들에게”.
선율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가진 이가 침묵을 먹고(‘머금고’라 해도 되겠다)사는 일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다 했다. 그다음 페이지를 대강 훑어보고 심장이 뛰었다. 사장님이 내게 이 책을 건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페이지마다 한 번 이상 놀라게 되는데, 옆에 누가 있으면 방금 읽은 부분을 당장 말하고 싶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창작자라면 무조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글을 쓰다 생각이 막히거나 의기소침해질 때, ‘진짜’ 텍스트로 영혼을 무두질해야 할 때 찾아야 할 책이다. 정신을 벼리고 초심을 찾게 해 줄 것이다. 시와 음악이 무엇을 위해 태어나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작해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타로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어린 시절 스승의 말을 생각한다.
“피아노가 말하게, 스스로 발음하게 하라. 그 구절마다 의미를 부여하라. 피아노를 놀라게 하라. 그리고 항상 깨어 있어 스스로를 놀라게 하라.”
‘진짜’를 품고 싶어 하는 자라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문장 아닌가. 피아노의 자리에 ‘글’을 넣어도 이상하지 않다. 피아노의 자리에 악기, 그림, 노래, 연기, 요리, 무용, 사랑… 그게 무엇이든 창작과 행위에 속한 것을 넣어 보면 모두 성립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알면서 자꾸 잊어버리는 비밀을 품에 안은 듯 진심으로 놀란다. 피아노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지만 모든 분야에 대입해도 두루 통하는 이야기다. 목차는 ‘시작, 욕망, 불’의 세 단어로 구성돼 있다. 무언가 해내야 할 때 우리가 거쳐야 하는 세 단계 아닌가? 당분간 내게 성경이 될 책을 만났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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