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女복서들 우정…동메달 딴 방철미 무표정, 임애지 한마디에 미소[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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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의 여성 복서가 시상식에 이어 기자회견에도 나란히 입장했지만, 분위기는 서늘했다.
시종일관 표정이 굳은 방철미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임애지까지, 어느 때보다도 침묵이 길었던 기자회견 현장이었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54㎏급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애지 역시 방철미의 모습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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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 "언니 곤란할까…다음엔 결승서 만났으면"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과 북한의 여성 복서가 시상식에 이어 기자회견에도 나란히 입장했지만, 분위기는 서늘했다. 시종일관 표정이 굳은 방철미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임애지까지, 어느 때보다도 침묵이 길었던 기자회견 현장이었다.
임애지와 방철미는 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54㎏급 시상식에서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앞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나란히 패해 동메달이 확정됐다. 이날 결승전으로 금-은메달의 주인공까지 가려진 후 시상식이 열려 비로소 동메달을 받았다.
두 사람은 꽤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부터 조금씩 친분을 쌓았고, 선수촌이나 훈련장, 경기장에서 만나면 안부를 묻고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임애지는 "(방)철미 언니를 안아봐도 될까요"라며 시상식에서의 다정한 모습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기대했던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방철미가 내내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임애지도 특별한 제스처 없이 시상식을 마쳤는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방철미에게 한국 기자, 일본 교도통신 기자 등이 질문을 건넸는데 그럴 때마다 긴 침묵 끝에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방철미는 동메달 소감을 묻는 말에 "이번 경기대회에서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아쉽게도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말할 듯한 모습이 보였지만 긴 침묵 끝에 입을 닫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묻는 말에도 "올림픽은 다른 경기대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하지만 결과는 내가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임애지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더욱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임애지와 함께 동메달 단상에 오른 소감을 묻자 "선수로서 같은 순위에 선 것은 다른 것이 없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동메달을 걸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를 묻는 말엔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니까 별로 그렇게 소감이 나지 않는다"고 짧게 말했다.
임애지 역시 방철미의 모습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북한 선수와 동메달을 딴 소감에 대해 "(남북이 함께 메달을 따) 보기 좋았다. 저 역시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다음에는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시상식 후 방철미와 나눈 이야기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한참의 침묵 끝에 "비밀로 하겠다"고 했다. 임애지의 말이 끝난 후 방철미와 임애지의 눈이 마주쳤고, 방철미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임애지는 이날 방철미를 친근하게 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철미 언니가) 먼저 말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곤란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가만히 있었다"면서 "내가 먼저 내색하면서 다가가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티를 내는 거니까, 더 다가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방철미와 관련한 질문이 아닐 땐 임애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밝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늘 시상식 때 사진이 찍히기 때문에 체중 관리를 했다"면서 "집에 가면 버블티와 빙수를 먹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복싱에선 더 높은 곳을 향해가겠다는 목표를 굳게 세웠다.
임애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1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면서 "어떻게 전략을 짜고 훈련할지 많이 생각해 봤다. 4년 뒤 올림픽도 또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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