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김유진의 등장…16년 뛰어넘은 태권도 57㎏급 금빛 계보
유영규 기자 2024. 8. 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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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이 체급 출전자가 없었습니다.
3개 대회를 건너뛰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7㎏급에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등장했습니다.
이들과 달리 대한태권도협회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국내, 대륙별 선발전을 거쳐 여자 57㎏급 출전자로 결정된 김유진은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올림픽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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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한국의 김유진이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00년 9월 28일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의 스테이트 스포츠센터에서 한국 태권도에 뜻깊은 역사가 쓰였습니다.
정재은이 시드니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트린 히에우 응안(베트남)을 꺾었습니다.
이때 정재은이 딴 금메달은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첫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었습니다.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결정으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대회가 2000 시드니 대회입니다.
가장 처음 진행된 여자 57㎏급을 제패한 정재은은 이때 감격에 차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정재은이 열어젖힌 여자 57㎏급의 '금빛 계보'는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이어졌습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장지원,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임수정이 이 체급에 출전, 시상대 맨 위에 섰습니다.
3연패를 달성한 여자 57㎏급은 2000년대 한국 태권도의 종주국다운 위상을 짐작게 하는 체급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로는 한 번도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금메달뿐 아니라 메달리스트 자체가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이 체급 출전자가 없었습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때는 이아름이 나섰으나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황경선(2008 베이징·2012 런던 금), 오혜리(2016 리우데자네이루 금)가 활약한 67㎏급이나 김소희(2016 리우데자네이루 금)가 버틴 49㎏급의 성과가 두드러졌습니다.
3개 대회를 건너뛰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7㎏급에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등장했습니다.
2000년생인 김유진은 다른 대표팀 동료들만큼 이 체급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박태준(경희대·남자 58㎏급 5위), 서건우(한국체대·남자 80㎏급), 이다빈(서울특별시청·여자 67㎏ 초과급·이상 4위)은 모두 세계태권도연맹의 올림픽 겨루기 랭킹이 5위 안에 든 선수들입니다.
반면 김유진은 24위였습니다.
박태준은 한국 겨루기 간판으로 꼽혀온 장준을 넘고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내 화제를 모았습니다.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을 제패했습니다.
이다빈은 올림픽 금메달만 따면 그랜드슬램(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올림픽 우승)을 이룰 만큼 독보적 경력을 자랑합니다.
이들과 달리 대한태권도협회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국내, 대륙별 선발전을 거쳐 여자 57㎏급 출전자로 결정된 김유진은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올림픽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8일(현지시간) 파리의 명소 그랑팔레에서 체급 내 강호들을 꺾고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습니다.
정재은은 이날 언론 통화에서 "한국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불리한 게 많았다. 하지만 김유진은 키가 183㎝"이라며 "우리 때 선수들, 한국 선수들에게 없는 큰 장점을 갖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여자 57㎏급 선수들이 예전에는 국제 대회에서 꽤 성과를 냈지만 최근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며 "김유진 선수가 나타나 반갑다"고 말했습니다.
정재은은 체급 계보를 잇는 김유진이 신장, 유연성, 침착성을 다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노련미까지 갖추면 꾸준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2008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딴 임수정도 김유진의 선전이 뿌듯하다고 합니다.
임수정은 "우리 체급이 선발전도 굉장히 치열했다. 전통 있는 체급으로 지금도 경쟁력 있는 선수가 많은데 어쨌든 한동안 메달이 나오지 않아 아쉽기도 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여자 57㎏급에서 외국 선수 가운데 굉장히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겪으면서 이 체급이 조금 약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벌써 베이징 올림픽이 한참 전이더라"라고 너털웃음을 지은 임수정도 정재은처럼 김유진의 신체 조건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내가 선수로 뛸 때 김유진 선수처럼 큰 선수가 있었다면 내가 대표로 선발되기 힘들었을 것 같다"며 "전 세계적으로 57㎏급의 주도권을 다시 한국으로 가져왔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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