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약 사려다 돈 뜯겼다"…비뇨기과 박사의 광고 '깜짝 실체'[IT썰]

박건희 기자 2024. 8. 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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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직장 동료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출연한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티브비코학술병원에서 근무하는 비뇨기과의 크고모소 마타베 박사는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를 찍은 적이 없다.

광고는 마타베 박사의 실제 영상과 오디오 자료로 훈련한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생성된 딥페이크(deep fake) 영상이었다.

'가짜' 마타베 박사가 등장한 딥페이크 영상은 광고에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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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티브 비코 학술병원·프리토리아대 박사가 한 방송에 출연한 모습. 사진/=유튜브 갈무리


"어느 날 직장 동료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출연한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티브비코학술병원에서 근무하는 비뇨기과의 크고모소 마타베 박사는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를 찍은 적이 없다. 그는 7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서 "지난 1월 영상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내가 참여한 연구를 바탕으로 신약이 탄생했다고 소개하는 영상이었는데, 가족도 몰라볼 만큼 감쪽같았다"고 했다.

광고는 마타베 박사의 실제 영상과 오디오 자료로 훈련한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생성된 딥페이크(deep fake) 영상이었다. 딥페이크는 특정 인물의 얼굴을 AI를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을 말한다.

'가짜' 마타베 박사가 등장한 딥페이크 영상은 광고에서 그치지 않았다. 광고를 보고 웹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들에게 "약을 받으려면 은행 정보를 입력하라"고 요청했다. 실제 입금까지 했다가 돈만 잃은 사례도 속출했다. 과학자로서 마타베 박사가 갖는 권위를 이용한 '딥페이크 피싱(사기)'이었던 셈.

유사한 사건이 인도에서도 발생했다. 인도 유명 당뇨병 전문의 비스와나탄 모한의 딥페이크 영상이 여러 차례 제작돼 유포됐다. 그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내 이름은 인도에서 당뇨병의 대명사"라며 "내가 당뇨병에 대해 말하는 건 무엇이든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고유의 말버릇을 똑같이 흉내 내는 딥페이크 영상이 나왔다"고 했다. 한 영상에서 '가짜' 모한 박사는 특정 허브 약품을 홍보하며 "이를 복용할 시 100년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워싱턴DC에 있는 비영리 정책연구 싱크탱크 '랜드 코퍼레이션'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사람들이 신뢰할만한 정보 출처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랜드 코퍼레이션이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팀과 함께 성인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얼마만큼 구별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 응답자의 27~50%는 가짜를 식별해내지 못했다. 딥페이크 영상엔 유명 기후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 유명 대기물리학자 리차드 린젠 등이 등장했다.

네이처는 "딥페이크의 위험성은 지금까지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실상 과학자들도 위험에 처해 있다"며 특히 "가짜 약품 판매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고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저소득 국가일수록 딥페이크 사기의 노출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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