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광장'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소설 '스노우 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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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병사 요한은 폭격에 정신을 잃고 눈 속에 파묻혀 있다가 미군들에게 발견된다.
요한이 남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본 피란민 가족 역시 전쟁의 폐허에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필품을 찾아 눈 속에서 헤매는 '스노우 헌터스'(눈 사냥꾼들)였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폴 윤(44)의 장편소설 '스노우 헌터스'는 북한군 포로 요한이 낯선 브라질을 택해 그곳에서 살아가며 전쟁의 상흔을 지워나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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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한국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병사 요한은 폭격에 정신을 잃고 눈 속에 파묻혀 있다가 미군들에게 발견된다. 이 때문에 포로수용소의 미국인들은 그를 '스노우맨'이라 부른다. 요한이 남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본 피란민 가족 역시 전쟁의 폐허에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생필품을 찾아 눈 속에서 헤매는 '스노우 헌터스'(눈 사냥꾼들)였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폴 윤(44)의 장편소설 '스노우 헌터스'는 북한군 포로 요한이 낯선 브라질을 택해 그곳에서 살아가며 전쟁의 상흔을 지워나가는 이야기다.
요한의 기억 속 전쟁터와 포로수용소는 눈발이 휘날리는 한 겨울이자 칠흑 같은 어둠의 세계다. 송환을 거부하고 그가 택한 브라질은 태양이 작열하는 미래의 땅이자 '더 이상 밤이 없을 것 같은' 빛의 세계다.
소설의 첫 문장은 요한이 브라질 항구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그 겨울, 비가 내릴 때, 그는 브라질에 도착했다. 그는 바다를 건너왔다. 화물선에 탑승한 유일한 승객이었다."
작가는 요한이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폐허뿐인 고향과 조국을 떠나 낯선 이국에서 환대를 경험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섬세한 문장으로 써 내려갔다. 간결한 문장들 사이에는 여백이 가득해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주인공 요한이 브라질의 항구에 도착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최인훈의 '광장'(1960)을 연상시킨다.
두 작품의 중요한 차이는 '광장'의 이명준이 중립국을 택해 항해하던 중 투신자살로 삶을 마감하지만, 요한은 미지의 땅에 정착해 살며 희망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작가인 폴 윤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고아들을 위해 보육원을 설립했다고 한다. 조부가 모아둔 6·25 관련 자료와 사진들을 자주 뒤적거렸던 작가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로 가득 찬 피란 열차의 모습에서 이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폴 윤은 첫 장편소설인 이 작품으로 35세 이하의 젊은 소설가에게 주는 미국 문학상인 '영 라이언스 픽션 어워드'(Young Lions Fiction Award)를 2014년 수상했다.
산지니. 황은덕 옮김. 272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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