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역시 확장팩 첫 영웅은 쉬울 수밖에 없다"
※ 본 기사에는 7.05 황금의 유산 지천의 좌 아르카디아 레이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RPG에는 '엔드 콘텐츠'가 있다. 아이템 파밍의 원동력이며, 자신이 어느 정도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기 좋은 고난도 콘텐츠를 일컫는다. 스퀘어에닉스 '파이널판타지14'에도 '절', '영웅' 난도라는 엔드급 콘텐츠 레이드가 존재한다.
지난 역사상 유저들이 항상 습관처럼 국룰이 있다. 바로 "확장팩 첫 영웅 난도 레이드는 항상 쉬웠어"라는 공식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지난 확장팩인 '홍련의 해방자'부터는 첫 영웅 난도 레이드가 어렵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이번 '황금의 유산'도 마찬가지였다.
'지천의 좌 아르카디아'는 아레나에서 싸운다는 독특한 레이드 콘셉트, 층마다 구별된 BGM, 보스 특색에 맞는 기믹 등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났다. 그러나 난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한 번의 실수로 전멸로 이어지는 기믹은 그다지 많지 않고, 무엇보다 딜컷이 상당히 넉넉하다.
기믹은 겉보기에만 다를 뿐 같은 원리를 가진 패턴이 반복된다. 1~4층 모두 파판 기믹의 전형인 개인, 쉐어 구분이 등장한다. 기믹 이름을 기억하고 본인 산개 자리만 기억한다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기자는 이번 영웅 난도 레이드에는 공대가 아닌 공개 파티로 공략을 진행했다. 하루에 4~5시간씩을 꾸준히 투자한 결과 1주차에 4층까지 클리어했다. 특색 있는 레이드 콘셉트는 정말 마음에 들었으나 '하드 콘텐츠'로써는 살짝 아쉬웠다.
■ 1층 블랙 캣 "2~4층 기믹을 위한 예행 연습"
1층 보스 '블랙 캣'을 처음 진행할 때는 '기억력'을 시험하는 기믹이 많았다. 블랙 캣이 사용하는 기믹은 대부분 앞선 행동을 저장하고, 그 행동을 저장한 분신을 소환해 시간차로 공격하는 형태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사용하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았기에 금세 적응했다.
모든 층을 클리어한 후 1층을 다시 돌아가 보면 2~4층에 나오는 패턴들을 미리 예행 연습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기본적인 산개 후 개인 또는 쉐어 처리, 저장한 기믹 기억 등 이후 꾸준히 등장할 기믹들의 기초적인 응용이 등장한다.
그나마 난관은 8개 장판 위에서 진행하는 바닥 파괴 기믹이다. 처음 장판 위치만 신경 쓸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2, 3회차에서 역할군별 산개나 쉐어 대미지가 같이 올 때는 인원이 비어있는 경우 힘들어진다.
객관적으로 봐도 1층 난도는 영웅 난도 레이드 중에서도 낮은 편이었다. 전멸로 이어질만한 기믹이 거의 없으며, 딜컷도 매우 넉넉하다. 오죽하면 기자도 첫 클리어 당시에는 파티원 4명이 죽고 힐 리미트까지 사용했는데도 전멸기조차 보지 못했다. 두려움 없이 도전해도 될 수준이다.
■ 2층 허니 B 러블리 "콘셉트는 가장 신선했다"
2층 보스 '허니 B 러블리'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이런 보스가 파판에 나온다고"라는 감상이 먼저 들었다. 레이드 BGM치고는 매우 흥겨운 비트를 가진 음악, 아이돌스러운 보스를 마주하며 콘셉트로는 가장 신선했다.
기믹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2층만이 사용하는 고유 기믹인 '하트'는 보스가 사용하는 '라이브 스테이지' 기믹 내에서 신경 써야할 요소다. 이 패턴 동안은 보스 기믹을 처리하면 머리 위 하트에 스택이 쌓이는데 4스택이 쌓이면 매혹을 당하며 일정 시간 행동이 불가능해짐과 동시에 보스 체력이 회복되고 피해 증가가 생긴다.
본인이 가진 스택 수에 따라 기믹 처리 방식이 바뀌었으며, 중간중간 나오는 피지컬 기믹인 '벌 돌진'까지 말 그대로 정신없는 레이드를 즐겼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층 가운데 가장 신선했던 보스다.
그와는 별개로 난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기믹 템포가 빠른 편이 아니라 여유 시간이 충분히 있으며 한두 번 실수해도 전멸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딜컷도 넉넉한 편이기에 딜 욕심을 부리다가 죽는 경우만 아니라면 무난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층이다.
■ 3층 브루트 봄버 "신나는 링 위의 싸움 한 판"
3층 보스 '브루트 봄버'는 가장 고생했던 층이다. 난도보다는 파티 모집 과정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분명 '클리어 목적'으로 파티를 구성했는데, 전멸기는커녕 체력 50%도 못 깎고 전멸을 반복하며 파티가 터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모든 층을 클리어한 뒤 확인해 보니 3층과 4층 트라이 시간이 비슷했다.
브루트 봄버는 생김새답게 '프로 레슬러'다운 기믹을 자주 썼다. '래리어트', '다이브' 등 육탄전으로 싸우는 기믹을 위주로 전투한다. 스포츠계에서 금기시되는 '도핑'을 기믹 소재로 삼은 발상도 신선했다. 덕분에 보스를 시원하게 두들겨 패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3층부터 본격적으로 난도가 어려워지는 영웅 난도답게 여기서부터는 충분한 공략 숙지가 필요했다. 인원이 부족하면 기믹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전멸까지는 아니어도 사망자가 한두 명씩 추가로 발생하기에 사실상 전멸과 다름없다.
개인, 쉐어 대미지 및 기억력을 요구하는 기믹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앞서 말한 래리어트나 다이브는 개인 및 쉐어 대미지가 항상 세트로 등장하며 '체인' 기믹은 본인이 특정 기믹을 고의적으로 피격당해야 하는 판단을 요구한다.
영웅 난도라고 불릴 만한 수준을 기대했다면 3층부터는 그 기대감을 조금 충족해 줄 수 있다. 기믹 하나하나 난도를 살펴보면 "못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정신 차려보면 본인이 범인이 될 수도 있는 층이다. 착실한 패턴 파악과 침착한 처리가 필요하다.
■ 4층 위키드 선더 "기억력과 정확한 타이밍 필수"
4층 보스 '위키드 선더'는 제작진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눈에 보였다. 이전에는 4층을 진행할 때 항상 '후반'이라고 부르는 별개의 보스 개체가 따로 존재했다. 최근 등장한 레이드 중 '에덴: 공명편'을 제외하면 후반부 페이즈는 유저들 사이에서 기정사실과 같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후반 페이즈에서 보스가 다른 개체로 변신하지만 구경만 하던 저번과는 달리 기믹을 처리해야 했으며, 보스 체력도 유지된 상태로 진행한다. 전멸하면 곧바로 첫 조우 시점부터 다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
기믹은 전체적으로 마지막 층이라 그런지 생각을 할 요소가 많았다. 본인이 몇 스택인지 생각하며 처리해야 하는 '일렉트로 엣지', 계속되는 디버프 처리를 요구하는 '이온 클러스터' 등 4층부터는 본격적으로 전멸 위험이 있는 기믹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대미지가 굉장히 아팠다.
후반부에서는 전반부 기믹들을 전체적으로 강화한 패턴을 보여준다. 중앙이나 측면 공격 구분, 예비 기믹 저장, 제한된 공간 내 산개 등 판단력과 기억력을 착실히 요구한다. 적응만 된다면 상당히 쉽게 처리한다. 적응하는 과정이 만만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이전 4층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쉬운 편이다. 계속된 트라이로 익숙해지고 본인이 어떠한 패턴을 처리해야 할 지 눈에 익기 시작한다면 난도가 급락한다. 기믹을 진행할 때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변수가 생기거나 경우의 수가 매우 많아지는 경우는 없기에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체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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