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AI가 그릴 수 없는 웹툰을 그리시오…'일립예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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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미술 전공 1학년 학생들에게 과제 하나가 주어진다.
수석 입학생인 유소이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천재라고 칭송받았지만, 예술중학교에 다니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잃고 자퇴한 과거를 안고 있다.
AI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과 여주인공의 화려한 드레스 등은 사람보다도 더 정교하게 그릴 수 있는 시대라지만, '일립예고 학생들'을 통해 여전히 AI로는 그릴 수 없는 웹툰이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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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예술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미술 전공 1학년 학생들에게 과제 하나가 주어진다.
주제는 '인공지능(AI)이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시오',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이다.
생성형 AI가 풍경화나 정물화는 물론 SF적인 상상화까지 얼마든지 그려내는 이 시대에 과연 인간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 남아있을까.
예술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을 세밀하게 그려낸 웹툰 '일립예고 학생들'은 이처럼 철학적인 주제를 독자들 앞에 턱 하니 던져놓으며 시작된다.
주인공 한솔은 과제를 받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도 그럴 것이 솔이는 '인간 복사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눈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그려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창의적인 그림에는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림으로는 AI는커녕, 사진기에도 밀릴 수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하던 솔이는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어렴풋한 실마리를 잡는다.
일주일 뒤 솔이는 자기 얼굴을 묘사한 자화상을 제출한다. 자화상이야말로 자아가 없는 AI로서는 도무지 그릴 수 없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일립예고 학생들'은 예술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과 학생들의 고민을 가까이서 조명한 웹툰이다.
입학시험과 수시로 떨어지는 과제, 미술학원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무리, 재룟값 부담 등 우리는 잘 모르는 예술고등학교의 생활이 세세히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인지 '점·선·면에 대한 자신의 개념을 정립한 그림을 그리시오', '좋은 창작이라는 정의에 부합하는 작품을 찾으시오' 등 작중 새로운 미술 과제가 나올 때마다 독자들도 웹툰 속 학생들과 함께 답을 찾아보게 된다.
등장인물이 많지만 모두 입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솔이는 그림이 좋아 무작정 상경한 발랄한 학생이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와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마음 한편에 어두움도 있다.
수석 입학생인 유소이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천재라고 칭송받았지만, 예술중학교에 다니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잃고 자퇴한 과거를 안고 있다.
악역인 류아연조차도 엄격한 집안과 악몽,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내면을 감추며 사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들이 한 학교에 모여 때로는 경쟁하고 우정을 나누며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아연이 자신보다 잘난 소이를 괴롭히면서 얻는 희열과 열등감, 솔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소속감과 위화감 등 그 나이대 여고생들이 공감할만한 미묘한 심리가 잘 묘사됐다.
AI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과 여주인공의 화려한 드레스 등은 사람보다도 더 정교하게 그릴 수 있는 시대라지만, '일립예고 학생들'을 통해 여전히 AI로는 그릴 수 없는 웹툰이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작중 친구이면서 경쟁자인 고등학생들의 모순된 감정,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이야말로 AI는 학습할 수도, 그릴 수도 없는 무언가에 가깝지 않을까.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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