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공만 잘 차던 서울 선수들, '진짜 축구'가 필요했다" 김기동 감독의 진단...변화 속 서울에 불고 있는 '원팀' 바람

구리 = 최병진 기자 2024. 8. 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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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FC서울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마이데일리 = 구리 최병진 기자] 김기동 감독 아래 FC서울이 ‘원 팀’을 갖추고 있다.

서울은 올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을 야심 차게 데려왔으나 ‘김기동 효과’를 보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 감독이 포항에서 보여준 빠른 템포를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축구가 시즌 초반에는 잘 나오지 않았고 결과도 챙기지 못했다.

반등은 6월부터 시작됐다. 서울은 3시즌 만에 3연승에 성공하면서 흐름을 탔다. 린가드, 최준 등을 중심으로 김 감독이 원하는 축구도 점차 구현이 되고 있다. 휴식기 전에도 2연승을 달렸다. 25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서울은 승점 36으로 6위를 기록 중이다. 5위 수원FC(승점 41)와의 간격을 좁히는 데 성공했고 후반기에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있다.

6일 서울의 클럽하우스인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 감독은 “시간이 참 빠르다. 초반에 너무 힘들었다. 몇 경기만 잘 치렀으면 더 높은 수위에서 경쟁이 가능했다. 그런데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올시즌에 다 하는 것 같다. 자책골이나 골키퍼 실수 등 ‘억까’를 많이 당했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웃음)”고 했다.

이어 “빨리 정리가 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눈 떠보니 25라운드가 됐다. 몇 경기 안 남았다. 초반에는 순위표 상단이 보이지도 않았다. 어느 순간 위도 보이고 아래도 보이는 상황이 됐다. 더 올라갈 수도 있고 한 두 경기 삐끗하면 떨어질 수도 있는데 1년 내내 긴장감 속에서 진행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김 감독은 2019년 포항 스틸러스 중도 부임보다 서울에 와서 더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포항에서는 내가 코치를 하면서 구상에 대해 항상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수단 특징도 알고 있어서 변화를 줘야 하는 상황도 머릿속에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기존 멤버를 바탕으로 준비를 해야 했다. 자주 말하지만 일류첸코, (권)완규, (임)상협이 다 서울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기에 재활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선수 구성이 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선수단의 ‘이미지’도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고 했다. 김 감독은 “약간 까지고 못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순수하더라(웃음). 훈련도 열심히 했다. 다만 한번 이야기를 했었는데 공은 잘 차는데 축구는 못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축구를 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 축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결국 김 감독이 강조한 ‘진짜 축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플레이를 의미한다. 김 감독은 “사실 내가 원하는 축구가 많이 힘들다. 적극적으로 더 많이 뛰면서 공격적인 패스를 넣어야 한다. 패스를 실패했을 때는 다시 수비를 해야 하니까 또 힘들어진다. 그동안은 서울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옆으로 가거나 뒤로 돌리는 상황이 많았다. 사람은 힘든 상황에서는 쉽고 편한 선택지를 찾는다. 이런 게 습관이다. 연습 때는 앞쪽으로 볼을 보내더라도 경기 중에는 힘드니까 다시 옆으로 보낸다. 이걸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계속해서 “지금 서울에 변화가 생긴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오래 걸렸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아니다.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습관은 절대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 훈련이나 미팅 중에도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또 부정적인 것만 언급하면 자신감이랑 자존감도 떨어지기 때문에 조절을 하고 있다"며 "서로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전술적인 부분을 요구하거나 팀을 이끌어갈 때 선수들이 나를 믿어야 하고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서로 존중이 생긴다. 이제는 기존에 선수들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 감독 부임 후 서울은 ‘원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동안 서울은 중요한 경기나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올시즌은 시간이 흐를수록 팀으로서도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원팀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좋은 경기를 하고 승리를 해야 서로 믿음이 생긴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결과가 안 나오면 풀어진다. 이겨서 버티는 과정에서 팀이 단단해진다. FA컵 8강전에서 포항에 1-5로 졌는데 다음 경기에서 김천상무에게 1-0으로 승리했다. 또 어려운 인천 원정에서도 한 골을 지켜내며 승리를 했다. 축구에서 버티는 상황이 쉽지 않은데 그런 과정을 이겨내면서 ‘동료애’가 생긴고 팀이 더 발전한다”고 ‘위닝 멘탈리티’로 이어지는 '원팀'의 의미를 강조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면서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한 골로 이기고 있어서 지키기보다는 우리의 플레이를 계속해서 펼쳐야 한다. 모든 팀의 딜레마다. 리드를 지키려 하다 보면 앞으로 안 가고 뒤로 볼을 돌린다. 물론 그런 상황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공격을 하면서 상대한테 위협을 주는 팀이 돼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불안하지 않다. 지금 서울은 70%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시즌 초 홈 5연패를 떠올리며 수호신(서울 서포터스) 회장과의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 감독은 “서울에 부임하고 수호신 회장님과 만나려 했다. 당시에는 성사가 되지 않았는데 지난 휴식기 때 회장님과 콜 리더를 만났다. 그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소신을 밝혔고 그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면서 올시즌을 나를 지지하겠다는 응원을 받았다. 나도 ‘9월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좋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팬들이 많이 믿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은 후반기에 2019년 이후 올라가지 못한 파이널A 진입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브라질 공격수 루카스, 요르단 수비수 야잔, 골키퍼 강현무 등을 영입하며 스쿼드를 강화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서울이 시즌 초반에 좋았다가 여름에 하락세를 겪었다. 올시즌에는 2로빈부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어느 정도 가져왔다. 초반에 잃어버린 것을 회복한 상황이다. 이전에 추락하던 시점과 순위는 비슷하다. 이제 여기서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래도 이전과 달리 올라가는 흐름이니까 파이널A에 진입하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가 올해 상위권 팀들에게 강한 모습이 있었다. ACL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 오면 선수들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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