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 같은 '동물복지 동물원' 확산되나…환경부, 연구 추진

성소의 기자 2024. 8.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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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호주 태즈매니아 등 국내외 모범사례 조사
우리나라 현실·여건에 맞는 '좋은 동물원' 운영형태 검토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했던 수사자 바람이(19)가 지난해 10월 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주동물원에서 암사자 도도(12)와 합사를 하고 있다. 2023.10.23. jsh0128@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동물복지'를 앞세운 동물원을 국내에 확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연구가 추진된다. 환경부는 모범사례를 분석해서 적절한 전시 종과 동물원 후보 지역을 도출하고 동물원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데 참고할 계획이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생태특성을 고려한 야생동물 전시시설 도입 분석'에 관한 연구용역을 지난 7일 발주했다.

연구는 야생동물의 생태 특성과 자연서식지를 고려한 동물원 운영 형태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내 동물원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국내 동물원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좁은 면적에서 많은 종과 개체 수를 사육한다는 점이다.

국내에 동물원이 가장 많이 있는 경기도(29곳)의 동물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경기도 내 동물원의 전체 면적 합은 44만2613㎡, 보유 동물 개체 수는 1만7692마리로 동물 1마리당 쓰는 공간이 25㎡ 정도 된다.

이런 밀도 높은 사육 환경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와 질병을 유발하고 다른 동물로부터 공격 당할 때 피할 수 없는 등의 문제도 있다.

동물들의 습성에 맞지 않게 동물원을 운영 중인 곳도 많다.

예를 들어 늑대, 일본원숭이, 미어캣 등은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이 종들은 원칙적으로 동물원에서 기르는 게 맞지 않고 동물원에서 사육한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이뤄 생활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개체 수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런 종을 동물원에서 단독으로 사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동물원 탈출 소동으로 화제를 모은 얼룩말 '세로'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얼룩말은 집단 생활이 필수적인 종인데 세로는 부모를 잃고 홀로 지내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의식이 최근 정부의 정책과 제도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는 등록제였던 동물원 설립 요건을 허가제로 강화하고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 법 개정으로 적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동물원의 무분별한 증가를 억제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으나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청주동물원에서 더위에 지친 반달가슴곰들이 나무구조물에 누워 쉬고 있다. 2024.07.28. juyeong@newsis.com


환경부는 우선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동물에게 좋은' 동물원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국내외 모범사례를 조사해서 해당 동물원에서 보유 중인 동물 종의 전시·사육 전략과 주변 서식환경, 관람 여건을 연구를 통해 분석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청주동물원이, 해외에서는 호주 태즈매니아 동물원 등이 대표적인 '동물복지' 동물원 사례로 꼽힌다.

청주동물원은 콘크리트 바닥, 철조망 같은 인공적인 구조물을 걷어내고 동물들이 살던 환경을 최대한 재현해내고 있다.

보유 동물 종은 68종, 개체 수는 296마리로 다른 동물원에 비해 적은 편인데, 동물들이 좁은 곳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쾌적하게 생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호주 태즈매니아 동물원(Tasmanian Devil Unzoo)은 동물원을 뜻하는 'zoo' 대신 '언주(unzoo)'라는 개념을 앞세우고 있다.

이는 '울타리를 쳐서 동물을 전시하는 곳'이라는 동물원의 전통적인 개념을 뒤집는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인간이 관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동물과 인간이 상호작용 하도록 한다는 게 이곳의 운영 철학이다.

환경부는 이런 사례들을 참고해서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자연형' 동물원 운영 형태가 무엇인지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먼저 동물원에서 전시, 사육하기 적정한 종이 무엇인지 연구를 통해 추려낼 계획이다.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동물 종의 후보군을 뽑아서 이 종들을 전시, 사육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최소 5종 이상의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종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지역별 자연환경 특성을 고려해 동물원이 들어서기 좋을 후보 지역도 5곳 이상 추려낸다.

이와 더불어 야생동물 생태, 복지, 전시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동물원 운영자,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도 구성해서 '좋은 동물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연구 결과와 협의체 논의 결과를 토대로 환경부는 향후 동물복지를 우선으로 한 동물원의 시범모델을 도입할 때 참고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동물복지를 우선으로 한 동물원에 대해 한번은 얘기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연구를 추진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이 같은 동물원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선진 사례들을 연구해보고 전문가들과도 대화를 나눠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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