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과학이다] 2조원 투자에도 대장균 득실 센강…실시간 검사 못한 탓
안전하다 발표했으나 폭우 내리며 악화
검사에 20시간 더 걸려 제때 대응 어려워
자외선으로 신속, 간편한 검사 기술 나와
2024 파리올림픽이 센강 수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센강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수영 마라톤 훈련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배설물에서 유래한 세균인 장구균이 최대 허용치를 초과한 탓이다. 피리올림픽이 개막하고 센강의 수질 문제로 훈련 일정이 다섯 차례나 취소됐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센강 수질이 선수들이 수영하기에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이미 선수와 관중들의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벨기에올림픽위원회는 센강에서 경기를 치른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선수 일부가 대장균에 감염됐다며 수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트라이애슬론계에서는 수영을 마친 뒤 코카콜라를 마시는 선수들이 자주 눈에 띄기도 했다. 의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콜라가 몸속 오염물질을 없앤다는 믿음 때문이다.
프랑스는 올림픽 이후에도 센강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도시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균에 오염된 강이라는 오명이 남아 있다면 센강 정화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수질 검사 시간을 최대한 당겨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15억 유로 투입했지만 폭우로 말짱 도루묵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을 앞두고 센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약 15억 유로(약 2조원)를 투자했다. 먼저 기존의 하수 시스템을 개선해 센강으로 직접 유입되는 폐수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주택이나 센강 위 보트에서 나오는 하수도 강에 들어가지 않도록 별도 시스템을 연결했다.
폭우 때 발생하는 물을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비 저장 시스템도 설치했다. 올림픽 수영장 20개 분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동시에 매 시간 센강의 물을 자동으로 수집해 검사하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센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몇 년에 걸쳐 진행됐다. 그 결과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작년 여름 기준으로 열흘 중 7일은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센강의 수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하수 시스템이 과부화돼 일부 파이프가 망가지고, 유출된 폐수가 센강으로 유입됐다. 폭우 시 발생하는 물을 처리장으로 보내 오염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오염을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올림픽 기간 동안 수 차례 비가 와 수질에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세균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문제다. 주최 측은 지난달 31일 센강에서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시작하기 21시간 30분 전에 물 시료를 채취해 수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균 검사는 물 시료를 장시간 두고 세균을 배양한 다음 정량화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분석에 18시간 이상 걸리는 만큼 수질을 실시간 확인하기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야외 수영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이 잇달아 감염병 증세를 호소하는 것이 수질 오염 탓이라며 빠르고 정확한 수질 검사로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기술 개발
수질 검사 시간은 줄일 수 있다. 파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수질 모니터링 회사 플루이디온(Fluidion)은 미생물의 DNA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질 분석 시간을 10시간 내외로 줄였다.
댄 앙헬레스쿠 플루이디온 최고경영자(CEO)는 ABC 뉴스에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데이터와 달리 수질이 좋지 않다”며 “물속에 부유하는 세균만 측정하고, 배설물이나 퇴적물 입자에 붙은 세균은 측정하지 않아 오염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와 달리 플루이디온은 이를 모두 고려하는 시험을 한다고 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와 푸퉁 연구소, 영국 요크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파리올림픽 경기 장소나 개발도상국, 재난 지역에서 실시간 저렴하게 수질 검사를 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옵티카(Optica)’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물에 있는 유해 미생물의 단백질이 자외선을 받고 방출하는 형광을 감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에 자외선을 쏘면 바로 유해균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형광 탐지 시스템은 약한 빛을 모으기 위해 특수 유리 렌즈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렌즈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대신 큰 광원과 검출기를 사용해 성능을 높이고, 장치 비용과 크기, 무게를 줄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리 렌즈가 없는 시스템은 기존 방식 대비 형광 신호가 2배 더 강해 유해균의 단백질을 1조분의 1 수준으로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현재 현장에서 테스트하기 위해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기기를 만들고 있다.
아심 다칼 푸퉁 연구소 연구원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물로 인해 매년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세균의 단백질 농도를 빠르게 측정해 수처리 효율성이나 소독제 투여량, 세균 증식 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Optica(2024), DOI: https://doi.org/10.1364/OPTICA.527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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