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를 달고 올림픽 마라톤서 우승한 조선 청년" [역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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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8월 9일, 손기정 선수가 제11회 베를린 하계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2시간 29분 19.2초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이 우승자는 조선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였다.
조선 국민들은 손기정 선수의 우승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때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손기정의 우승을 보도하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일장기를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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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36년 8월 9일, 손기정 선수가 제11회 베를린 하계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이름은 '손기테이'였고, 국적도 일본인으로 기록됐다. 당시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이다.
이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한 동양인 청년이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2시간 29분 19.2초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이 우승자는 조선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였다. 그는 관중을 항해 손을 흔들지도 않았고, 시상대에선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손기정은 중학교 시절부터 육상 선수로 활약했다. 1933~1936년에는 마라톤 대회 13개에 참가해 10개에서 우승했다.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후안 사발라와 사투 끝에 막바지 코스인 비스마르크 언덕에서 승기를 잡고 1위로 결승선까지 내달렸다. 함께 출전한 남승룡 선수도 3위를 차지, 조선 청년의 기개를 세계에 떨쳤다.
조선 국민들은 손기정 선수의 우승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보고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이때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손기정의 우승을 보도하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일장기를 지워버렸다. 이것이 일장기 말소 사건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손기정 선수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일본인' 표기를 고수했다. 1988년 76세가 된 손기정은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등장해 손을 흔들며 베를린 올림픽에서 하지 못했던 세레모니를 맘껏 펼쳤다.
4년 후 1992년 8월 9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우리나라의 황영조 선수가 접전을 벌이던 일본 선수를 따돌리고 건국 이래 최초로 마라톤에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56년 전 같은 날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손기정 선수의 한을 일거에 풀어주는 쾌거였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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