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책]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고… ‘파친코2′로 돌아온 배우 김민하의 몰입법
‘조명가게’ ‘내가 죽기 일주일 전’서 변신 예고
“내 연기는 이제 시작, 사랑 이야기 꾸준히 할래요”
“저는 대본을 진짜 많이 읽어요. 외울 때까지요.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그때그때 생각을 메모해요.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펼쳐져 있는 캐릭터를 둘러싼 모든 요소를 한군데로 모으는 기분인 것 같아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하다 보면 제 길이 되는 거고, 진심을 다하면 누군가는 좋아해 주실 거라 믿어요.”
지난 2022년 공개된 애플tv+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 역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배우 김민하(28)는 화장기 없는 하얀 피부에 트레이드마크인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채 이렇게 다부지게 말했다. 동그란 얼굴에 연약해 보이는 이미지이지만, 심지가 견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는 23일 ‘파친코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는 김민하를 지난 2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만났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 갯마을에서 태어난 여성 ‘선자’를 중심으로 한국⋅일본⋅미국을 가로지르는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담은 드라마다. 김민하는 젊은 선자를 연기했다.
─파친코2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시즌1에서 젊은 선자는 16살로 시작했는데 시즌2에서는 30살부터 시작해요. 시간이 많이 흘렀죠. 일본 오사카에서 자리 잡고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아줌마가 된 거죠. 전쟁을 겪으면서 가족을 어떻게 보호하고, 스스로 살아남는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선자의 성장 과정과 다른 인물에 대한 서사가 많이 나와요. 시대적 배경과 사건이 인물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이를 통해 각 개인은 어떻게 갈등을 헤쳐 나가는지 한 명, 한 명 잘 담겨있어요.”
─30살의 선자는 어떻게 표현했나요.
“시즌제의 고충인 것 같아요. 똑같은 인물인데 이 세월을 어떻게 담을까 했죠. 갑자기 할머니가 될 수도, 너무 아줌마가 될 수도 없으니까요. 제가 딱 30살(한국 나이)이긴 하지만 그때 당시 30살은 너무 달라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장인 선자의 흘러간 세월을 어떻게 담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분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14년간 선자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오사카에서 한수(이민호)랑 재회하는데요. 선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14년 만에 한수를 만나는 선자 마음이 어땠을까, 선자에게 한수는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너무 복잡하더라고요. 선자는 하루도 한수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을 것 같아요. 너무 싫고, 너무 잊고 싶고, 가장 숨기고 싶고 내 인생의 가장 큰 치부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서 너무 사랑하는 노아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정말 큰 사랑을 배우게 되잖아요. 한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런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 나는 이 사람에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선자를 그를 벗어나고 싶어 하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은 나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 같아요. 시간이 좀 걸리죠. 그 과정이 시즌2에 나와요.”
─일제 강점기 등 역사적인 배경이 상당히 녹아 있는 작품인데 어떻게 임했나요.
“당시에 쓰인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역사적 사건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이지만, 결국 파친코는 인물의 감정과 서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좀 더 집중했어요. 선자와 나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이를테면 만약에 2024년 내가 정말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임신했는데, 그래서 당연히 결혼할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은 가정에 있었으면 나는 어땠을까 상상해 보는 거죠. 그리고 선자는 어땠을까 하면서 비교해 보고 공통 분모를 찾으면서 여기에서 조금씩 감정을 쌓아나갔어요.
몰입을 위해서 저는 대본을 진짜 많이 읽어요. 외울 때까지 읽어요.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그때그때 생각을 메모해요.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펼쳐져 있는 캐릭터를 둘러싼 모든 요소를 한군데로 모으는 기분인 것 같아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다 보면 그 캐릭터가 되어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변수까지도 그려보는 것 같아요.”
─배우 김민하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입니다. 김민하에게 파친코는 무엇일까요.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작품인 것 같아요. 선자 오디션 볼 때부터 제가 너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파친코가 대작이고, 선자가 주인공이어서만은 아니었어요.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특히 애착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 캐릭터가 저에게는 너무 소중해서 결국엔 선자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주변 캐릭터를 아끼고 사랑한 만큼, 작품을 사랑한 만큼 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는 것도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많은 작품 제안이 들어오지만 급하게 선택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저를 사람들에게 알리게 해준 선자에게 너무 해를 끼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파친코는 단순히 유명세만 준 게 아니라 저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 준 작품이라서 정말 의미가 남달라요.”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데요. ‘조명가게(디즈니플러스)’, ‘내가 죽기 일주일 전(티빙)’ 등의 촬영을 마쳤습니다.
“파친코가 세상에 나오고 제게 정말 많은 책(대본)이 들어왔어요. 처음이었어요. 그동안 저는 매번 오디션을 보러 다녔었는데, 반대로 책이 오니까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기준이 없는 거예요. 그때부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했어요. 결론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하자였어요. 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조명가게’나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모두 장르적인 것들이 있지만 결국엔 사랑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대본을 읽으면서 매료됐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그 길이 내 길이 되는 거고, 정말 진심을 다해서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가 좋아해 주실 거라 믿어요. 방법이 좀 잘못됐을 땐 질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뭔가를 배울 수도 있겠죠. 저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갈 길이 너무 많아서 신나요. 왜 연기를 하려고 하는지 마음만 잃지 않고 가 보려고요. 판타지 로맨스물인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일상에서 밝은 저의 모습을 보여줄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도전적인 작품이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것은 배우의 숙명인 것 같아요.”
─김민하만의 자기 관리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관리라는 건 작품 속 인물을 소중히 다루는 것처럼 자신도 소중히 다루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거죠.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 상태를 확인하고 나를 객관화해 보기도 해요. 오랜 친구를 만나 솔직한 모습을 분출하기도 하죠. 배우 김민하와 일상은 완벽히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직업이잖아요.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해요. 내가 유명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 같아요.”
─국내파인데도 통역 없이 인터뷰에 임할 만큼 영어가 유창한 것이 인상적인데요.
“기억할 수 있는 나이 때부턴 영어 공부를 했어요. 영어 유치원도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 과외까지 하면서 공부하고 만화, 영화도 많이 봤죠.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영어 하는 제 모습이 정말 좋았던 게 동기부여가 됐어요.
2022년에 영어 인터뷰에서 한 번은 머리가 하얘진 적이 있어요. 한국말도 생각 안 나고 영어도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다행히 파친코 다른 배우가 센스 있게 도와줬는데, 그날 너무 화가 나서 호텔에 들어와서 울면서 영어 공부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단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토크쇼를 틀어 놓고 수시로 듣다가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단어장에 적어 놓고 외워요. 영어 공부는 끝이 없어요.”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