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153년 전 보불전쟁에서 패했던 프랑스, 2024년 파리에서의 ‘농구 보불전쟁’은 승리하며 결승 진출 성공

유럽 내에서 쩌리 취급만 받던 독일은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이끄는 북동쪽에 있던 독일 내 연방국 중 하나인 프로이센이 힘을 키워 통일 전쟁을 일으켰고, 1871년에야 독일 제국이 성립됐다.
프로이센이 독일을 통일하는 데 마지막 걸림돌은 나폴레옹 3세가 이끄는 프랑스 제국이었다. 비스마르크의 프로이센은 1870~71년에 걸쳐 프랑스 제국과 전쟁을 했고, 승리했다. 한국에서 세계사 시간에 ‘보불전쟁’이라 배운 전쟁이다. 프로이센을 한자로 음차한 게 ‘보로서(普魯西), 프랑스를 한자로 음차해 부른 이름이 ’불란서‘(佛蘭西)인 것에서 두 국가의 앞글자를 떼어 붙인 이름이다. 이 전쟁의 승리를 통해 프로이센은 독일 연방 내 모든 제후국들이 통합되어 독일 제국이 건국될 수 있었다.
보불전쟁 승리 이후 독일이 일방적으로 프랑스를 두들기는 관계가 성립됐다. 1,2차 세계대전에서도 프랑스가 최종 승리자가 되긴 했지만, 전쟁을 일으킨 독일은 전쟁 중에는 프랑스 국토를 유린했다. 특히 나치독일의 프랑스에 대한 수탈과 억압은 굉장히 심했다.

양국의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전만큼이나 경기도 치열했다. 독일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크리스 폴이 빙의되어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변하는 데니스 슈로더(브루클린 네츠)의 공수 조율 아래 프란츠-모리츠 바그너 형제(올랜도 매직),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마당쇠 유형의 빅맨 대니얼 타이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까지 짜임새 있는 라인업을 구축한 독일이 경기 초반 앞서 나가는 모양새였다. 독일은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나선 지난해 FIBA 농구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회 MVP는 슈로더였다.
조별예선에서도 프랑스를 85-71로 대파했던 독일이 전반 내내 시종일관 앞서나갔다. 독일의 완승으로 또 다시 끝나는 듯 했던 경기는 2쿼터 종료를 앞두고 프랑스가 동점을 만들면서 양상이 변했다. 프랑스 추격전의 중심은 역시 ’신인류‘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있었다. 224cm의 압도적인 신장을 앞세워 프랑스 페인트존을 사수함과 동시에 공격에서도 내외곽을 오가던 웸반야마는 2쿼터 종료 33초 전 앤드류 알비시의 어시스트를 받아 페인트존 공격을 성공시키며 33-33 동점을 만들었다. 베르시 아레나가 떠나갈 듯한 프랑스 홈팬들의 환호와 함성, 박수가 웸반야마에게 쏠렸다.

후반 첫 득점은 다재다능한 포워드 니콜라스 바툼이 책임졌다. 포스트업을 치던 구에르손 야부셀레의 패스를 건네받은 바툼은 깨끗한 3점슛을 성공시켰다. 야부셀레는 이후 러닝 덩크까지 성공시키며 홈팬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후반 초반은 야부셀레의 원맨쇼였다. 42-42에서 공격 리바운드 후 풋백 득점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앤드원까지 얻어냈다. 45-42로 프랑스가 달아난 상황에서 데니스 슈로더의 속공 시도를 바툼이 블록슛으로 쳐내자 베르시 아레나는 떠나갈 듯했다. 이에 지고만 있을 독일이 아니었다. 에이스 슈로더의 3점슛이 곧바로 터지며 45-45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3점차 이하의 승부를 깨뜨린 것은 프랑스의 에반 포니에(디트로이트 피스톤스)였다. 프랑스 대표팀의 공격 전술을 저격하며 “우리의 농구는 구식이다. 오늘날 농구는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다”라고 말했던 포니에는 3쿼터 종료 1분42초 전 깔끔한 3점포를 꽂아넣으면서 프랑스가 56-50으로 앞서나갔다. 이후 두 팀의 공격은 무위에 그치면서 3쿼터는 그대로 56-50, 프랑스의 리드로 끝났다.

그러나 독일도 이대로 당할 팀은 아니었다. 추격전을 개시하며 종료 1분40초를 남겼을 때 69-63까지 따라붙었다. 종료 38.6초 전, 70-65에서 슈로더의 어시스트를 받은 프란츠 바그너의 3점슛이 깨끗하게 림을 가르며 70-68, 2점차까지 따라붙었다. 단숨에 승부의 향방은 오리무중이 됐다.

10.9초를 남기고 3점차, 독일이 충분히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독일 벤치는 당연히 타임을 불러 공격 전술을 지시했다. 3점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프랑스는 역파울작전을 써서 슈로더에게 자유투 2개를 허용했다. 여기에서 슈로더의 자유투 1구가 벗어나면서 2구를 넣었지만, 71-69.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이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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