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4위' 김유진, 세계 1·2·4·5위 모두 꺾고 금메달

김덕현 기자 2024. 8. 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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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은 2024 파리 대회에서 선수 우열을 가를 때 쓰는 지표인 '랭킹'이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전 세계 태권도 행정을 관할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겨루기 랭킹에서 김유진은 24위에 올랐습니다.

파리 올림픽 여자 57㎏급에 출전한 16명 가운데 열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김유진이 이룬 성과는 통계 지표인 랭킹과 실제 경기력이 일치하지 않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김유진은 국제 대회 실적을 좀처럼 쌓지 못해 랭킹 포인트가 168.72에 그쳤습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아 국제대회에서 활약이 저조했습니다.

이 체급 1위인 중국의 뤄쭝스(570.04)의 ⅓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랭킹 5위 안에 든 선수 모두가 김유진의 배가 되는 랭킹 포인트를 갖고 있습니다.

저조한 랭킹을 두고 김유진은 지난 6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작년 랭킹 포인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김유진의 '돌풍'에 처음 말려둔 선수는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346.30)이었습니다.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일귄은 첫판인 16강에서 김유진에게 라운드 점수 0대 2(5-7 2-7)로 완패했습니다.

183㎝의 큰 키를 자랑하는 김유진이 걸어오는 거리 싸움에 해법도, 공격의 활로도 찾지 못했습니다.

8강 상대는 한국계 캐나다 선수로 랭킹 4위에 오른 스카일러 박(382.26)이었습니다.

스카일러 박도 김유진에게 한 라운드도 따내지 못한 채 0대 2(6-7 5-9)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스카일러 박은 근접전을 원했던 일귄과 달리 거리 싸움을 시도했지만, 김유진의 발차기 반경이 더 넓었습니다.

접전 끝에 1라운드를 내준 스카일러 박은 2라운드에서도 준비해온 전략이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패배했습니다.

김유진이 4강에서 만난 뤄쭝스는 이 체급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선수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자입니다.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한 뤄쭝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따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정도로 독보적인 경력을 자랑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준결승에서 한국 김유진이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뤄쭝스와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뤄쭝스도 김유진의 큰 키에 고전하면서 앞발 싸움에서 무력해졌고, 1라운드를 0대 7로 완패했습니다.

김유진의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 공세 수위를 올려야 한다고 판단한 뤄쭝스는 2라운드 시작과 함께 발차기 세례를 퍼부으면서 7대 1로 라운드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기일전한 김유진은 3라운드 초반 머리 공격만 세 차례 성공하며 뤄쭝스의 기세를 꺾어버렸습니다.

결승 상대인 랭킹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435.77)도 랭킹 포인트를 보면 김유진과 격차가 큽니다.

하지만, 키야나찬데도 큰 키를 토대로 한 김유진의 철벽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습니다.

앞발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키야니찬데는 1라운드를 1대 5로 내줬고, 2라운드에는 0대 9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강호들을 모두 제압한 김유진은 그랑팔레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변을 이어가며 '반전 서사'를 완성한 김유진은 상위 랭커들을 잡은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평정심을 찾은 덕이라고 답했습니다.

그간 정신적인 면에서 흔들린 탓에 고개를 숙였다고 본 김유진은 쏟아낸 땀방울을 생각하며 중심을 잡았다고 전했습니다.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김유진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관두고 싶을 정도로 정말 힘들게 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남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준(경희대)은 김유진의 우승을 예상했습니다.

김유진의 16강전 직후 만난 박태준은 "(김유진) 누나가 정말, 정말로 열심히 훈련했다"며 "오전에 내가 미트를 잡았는데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덕현 기자 d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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