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서 노래방 가고 K팝 듣고…中유학생 "현금보다 카드 쓰더라"
노래방 입장료는 인당 7만원 수준…학생식당 식판도 인증샷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중국 대학원생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눈길을 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국경을 봉쇄했다가 일부 해제하면서 올해 4년 만에 외국 유학생을 처음 받아들였다.
지난 4월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한 중국 선양시 출신 유학생 A 씨는 지난 8일까지 북한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22개의 게시물을 공개했다. 그는 언어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 두 달 반 정도 수업을 듣다가 방학을 맞아 지난 7월 13일 자로 귀국했다.
A 씨는 북한에서 찍은 사진들을 대부분 귀국 후에야 올렸다면서, 이는 북한의 휴대전화 데이터 요금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일단 데이터가 너무 비싸서 인터넷을 자주 사용할 수 없다"며 "정기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외국 학생들은 한 달 치 데이터 50mb를 구매하기 위해 22달러(약 3만 원)를 지불해야 한다. 초과 사용 시 1mb에 0.26달러(약 360원)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유료 와이파이도 있지만, 10분에 1.7달러(약 2300원)의 비용이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결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변화가 큰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외국인이 갈 수 있는 식당은 달러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이 많았는데, 그런 곳은 대부분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고 한다. 또 상점이나 식당에서 현금을 내도 거스름돈이 잘 준비돼 있지 않아 오히려 카드 결제가 편리했다고도 전했다.
A 씨는 조선무역은행과 미래은행에서 카드 생성 기본금 3달러(약 4100원)를 지불하고 카드를 발급을 받았는데, 현지인들은 카드와 휴대전화를 연동해 모바일 결제 혹은 모바일 QR코드 스캔 결제 방식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금을 소지하는 것이 필수라고도 했다. 아직 택시에서는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택시 기본요금은 2달러(약 2750원)였고, 지하철표는 한 장에 북한 돈으로 150원을 내고 이용했다고 한다.
A 씨는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1달러에 북한 돈 8900원, 인민폐 1원에 북한 돈 1260원이 공식 환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 "北에서 K팝 들으면 어떻게 되나"…중국 SNS에 궁금증 폭발
중국의 SNS에는 최근 이같은 북한의 사진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A 씨와 같은 중국 유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귀국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 네티즌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관련 게시물에 많게는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있다.
'수업에 다른 나라 학생은 없는지', '북한 학생과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등을 묻는 댓글에 A 씨는 "중국 국비 장학생도 있지만 나처럼 사비로 온 유학생도 있다"며 "북한 학생과 수업을 같이 들을 수 없고 중국인이 대부분이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다른 나라의 대학생들도 들어올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K팝을 들어도 되는지'를 묻자 "혼자 이어폰 끼고 듣는 것은 아무 상관 없다"면서도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리도록) 크게 틀면 경고를 받을 것 같다"라고도 답했다.
A 씨는 숙소 내부 사진과 학교 전경을 공개하며 현지인 접촉이 어려운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전용 교실은 학교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데, 외국 학생들은 모두 3호 수학동의 7층만 출입이 가능하고, 7층만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어서 현지 학생은 만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외국인 학생은 학교 도서관 출입이 금지돼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숙소는 수학동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외국인 숙소 엘리베이터는 12층까지만 올라가는데, 1~3층은 식당·헬스장·탁구장 등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4층부터 외국 학생들이 사용하는 2인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숙소 비용은 하루에 11달러로 계산된다고 한다.
방과 후엔 '대동강 외교관 클럽'에 있는 노래방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다수가 모여 같이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방도 따로 있었는데 입장료는 인당 5.5달러로 시간제한은 없었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 노래가 있었지만 매우 오래된 노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 북한 언어학 수업 듣는 학생들…언제까지 체류할까
중국 유학생들이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이들이 듣는 수업은 대부분 언어학 관련 내용이었다. 2024년 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가 만든 교재 '조선어문체강독', '조선어듣기', '조선어 문법' 책 등이 SNS에 게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 장학금을 받고 왔다는 학생 B 씨는 글쓰기 수업에서 자신이 작성한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위대한 혁명, 심금을 울린 역사'라는 제목으로 한국전쟁 사적지를 방문한 소감문을 적으며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기도 했다.
학생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담긴 '식판 인증샷'도 올라왔다. 사진에는 카레, 비빔밥, 게란국, 돈가스, 숙주무침 등 나름 푸짐하게 마련된 음식들을 볼 수 있었다. 국가 장학생으로 꼽힌 중국 유학생들은 삼시세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고 B 씨는 전했다.
가능한 체류 기간은 유학생마다도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장학생 신분으로 북한에 유학 온 중국 유학생이 SNS에 올린 '김형직사범대학 학생증'에는 유효기간이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기재돼 있었는데, 똑같은 장학생 신분이지만 '김일성종합대학 학생증' 사진을 올린 학생의 유효기간은 '2025년 3월 31일까지'였다.
앞서 지난 5월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은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외국 정부 유학생의 입국을 허용해 중국과 북한 간 해외 유학 교류 프로그램이 공식 재개됐다"라고 밝혔다. 정부 장학생 41명 외에 사비를 내고 온 중국인 유학생 45명도 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8월부터 단계적으로 국경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한정해 관광객도 받아들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인적 교류를 재개하지는 않은 상태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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