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무엇인가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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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에는 언어와 글쓰기를 다룬 꼭지들이 몇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형용사와 부사를 생각함'이라는 글의 서두는 김훈 특유의 자학과 엄살이 두드러집니다.
특히 자신의 글에서 "형용사나 부사 같은 허접한 것들이 문장 속에 끼어들어서 걸리적거리는 꼴들이 역겹고, 그런 허깨비에 의지해서 몽롱한 것들을 표현하려 했던 나 자신이 남사스럽다"는 대목이 '절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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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에는 언어와 글쓰기를 다룬 꼭지들이 몇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형용사와 부사를 생각함’이라는 글의 서두는 김훈 특유의 자학과 엄살이 두드러집니다. 그는 인쇄돼 나온 자신의 글을 읽지 않는다죠. “자학적 수치심” 때문이라는 겁니다. 특히 자신의 글에서 “형용사나 부사 같은 허접한 것들이 문장 속에 끼어들어서 걸리적거리는 꼴들이 역겹고, 그런 허깨비에 의지해서 몽롱한 것들을 표현하려 했던 나 자신이 남사스럽다”는 대목이 ‘절창’입니다.
인용한 문장에서 적절한 형용사들이 빚어내는 효과가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이 사실임에도, 형용사와 부사를 추방하고자 하는 그의 문장관은 나름대로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동서고금의 작법서에는 수식어를 최소화한 채 뼈대로만 이루어진 간소한 문장을 권고하는 지침들이 흔합니다. 새로 나온 스티븐 핑커의 글쓰기 안내서 ‘글쓰기의 감각’ 서문에는 그가 배우며 극복하고자 한 기존의 글쓰기 교범들 얘기가 나옵니다. 그 가운데 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영어 글쓰기의 기본’에 “명사와 동사로만 쓰라”는 지침이 나온다는군요. 그와 함께 “불필요한 말은 삭제하라”는 조언도 있다는데, 이것은 “사물이나 현상은 수식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김훈의 문장을 떠오르게 합니다.
핑커 역시 단순한 동사와 명사 위주의 글쓰기를 권유하지만, 김훈에 비한다면 그의 글쓰기 철학은 한결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보입니다. 수동태나 화려한 문장 역시 필요에 따라 써도 좋다고 말할 때 특히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관념어와 추상적 표현을 버리고 구체적이며 생생하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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