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출판과 지역서점 지원, 방치하지 말라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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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출판사 도서출판 학이사(學而思)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지역 콘텐츠의 활발한 생산(출판)과 판매(서점)를 위한 실질적인 사업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방기되고 있다.
책으로 소통하는 지역공동체, 책 읽는 도시의 비전으로 지역출판사와 지역서점을 소중히 여기는 지자체가 늘어날 때 이들을 매개로 한 지역 내 문화 생태계도 번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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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출판사 도서출판 학이사(學而思)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전신은 1954년 1월에 설립된 이상사(理想社)이다. 과거 옥편 시장을 주도할 만큼 사전 출판 분야에서 성가가 높았다. 이 출판사의 직원이던 신중현씨가 2005년에 출판사를 인수해 학이사로 이름을 바꾸고 종합출판사로 변신했다. 어린이책, 학생용 교재, 인문서, 실용서 등을 두루 펴낸다. 학이사는 이제 손꼽히는 향토 출판사로 성장했다.
한때 1만 부 넘게 찍은 베스트셀러를 펴내기도 했으나 지금은 1년에 20여 종의 책을 펴내며 지역출판의 명맥을 잇고 있다. 어려운 출판환경 속에서도 ‘금요 북토크’ ‘독서 아카데미’ 등을 꾸준히 열며 ‘대구 제1호 출판사’로서의 자부심으로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자 애를 써왔다. 올해는 70주년 기념 북토크를 여러 차례 여는 중이다. 신중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출판의 어려움으로 “지역출판사 책은 공짜라는 인식이 아주 강하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출판사도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에 산재한 지역출판사들은 더욱더 큰 어려움을 감내하며 지역의 저자를 발굴하고 지역 콘텐츠를 책으로 펴내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출판을 진흥하기 위한 법과 법정 진흥기관이 있고 지자체의 조례까지 즐비한 나라에서, 기이하게도 지역출판이나 지역서점의 의욕을 북돋는 정책은 거의 찾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지역서점 지원정책이 앞서 있는 정도다. 현재 8개 광역지자체에 지역출판 진흥 조례가 있고, 17개 광역지자체 모두에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그러나 조례 제정 여부와 무관하게 출판 지원 및 지역서점 지원 사업을 모두 펼치는 곳은 경기도와 경상남도 이외에는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조례가 사문화되어 있는 셈이다.
지역 콘텐츠의 활발한 생산(출판)과 판매(서점)를 위한 실질적인 사업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방기되고 있다. 전국 각지의 지자체와 공공도서관에서 지역민의 책 펴내기 지원 사업에 열심히 나서는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시민들의 책 쓰기는 지원해도 수준 높은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 전국과 세계에 알리는 일, 시민들이 지역서점을 통해 책과 독서문화를 향유하는 일에 무관심한 것은 간과하기 어려운 모순이다.
지역 콘텐츠의 기획-출판-유통-향유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주체인 출판사와 서점들이 지역민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동기와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지역 소멸의 위기 요인 중 하나는 지역문화의 공동화와 부실에 있다. 책으로 소통하는 지역공동체, 책 읽는 도시의 비전으로 지역출판사와 지역서점을 소중히 여기는 지자체가 늘어날 때 이들을 매개로 한 지역 내 문화 생태계도 번창할 수 있다.
중앙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지역출판사들의 전국 체전이라 할 수 있는 한국지역도서전을 제대로 지원하고, 지자체와 연계하여 지역 콘텐츠 출판 지원 사업 및 매력적인 지역서점 만들기 지원 사업에 나서야 한다. 또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규정한 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의 지자체장들과 협의해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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