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세번째 채상병 특검법 발의···여 "집착" 야 "양보 못해"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설치 논의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발의로, 수사대상이 확대되는 등 더 강화된 법안으로 평가된다.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이란 뇌관을 안은 채 당분간 민생 정책 중심으로 불안한 협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8일 '순직해병 특검법안'(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21대와 22대 국회에 각각 한 차례씩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지만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에 부쳐진 뒤 의결정족수를 넘지 못해 최종 부결·폐기됐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의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00명 중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전원 출석시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세 번째 발의된 채상병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 여사 등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을 부탁한 불법 로비 의혹 사건' 항목을 추가해 그 내용이 더 강화됐다. 전날(7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생법안의 8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제시하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설치하자고 답한지 하루 만의 발의로 이를 둘러싸고 여야 사이에 날선 발언이 오갔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법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훨씬 더 커진 상태여서 국민의힘 의원들 입장에서도 이 법안 통과에 대해 국민들 목소리를 계속 무시하긴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며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재의결 가능성은 1~2차 발의 때보다는 더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이 자기 사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써 이 특검법만 세 번째 반복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왜 이토록 이 특검법에 목매달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이 정도 되면 이미 집착을 넘어선 것 같다"며 "특검법이 처음 발의됐을 때는 대통령실 수사외압 의혹만 있었고 두번째 발의할 때는 밑도 끝도 없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외압 의혹을 추가했다"며 "이제는 역시 아무 근거 없는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까지 추가했다. 더 허접한 특검법"이라고 했다.
향후 여야 협치 진행 과정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의 문제가 다시 국회를 멈춰 세우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초 채상병 특검법 국회 본회의 상정 당시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제동 걸며 정국은 급랭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8일)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질문을 받고 "채해병 특검법 문제는 민주당이 일관되게 얘기하고 추진해왔던 법이다.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는 등) 내부에서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서 경우에 따라 채해병 특검법이 오히려 여야 협치의 절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도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뻔히 아는데도 무한반복의 정쟁을 계속하는 민주당"이라고 했다.
한편 정쟁에 몰두해 산적한 민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7월 임시국회에 비해 8월 임시국회는 조금이나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하기에 유리한 지점이라 이 부분은 놓치지 않고 가져갈 것"이라며 "다만 정치의 국면이 정무적 이슈로만 치고 받던 것에서 이제는 부분적으로 협치하고 부분적으로 공격을 주고받는 국면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국민들의 비판을 수용해 정책 측면에서라도 협치해 나가겠다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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