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루비로망’에서 ‘루비로만’까지, 우리 종자산업의 민낯

관리자 2024. 8.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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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계의 '에르메스'라는 '루비로망'의 상표권과 품종 등록을 둘러싼 끝없는 법정다툼이 부끄러운 우리 종자산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이시카와현이 2007년 개발해 보급한 '루비로망'은 10여년 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한 사람이 특허청에 2019년 '루비로망', 2020년에는 '루비로만'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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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계의 ‘에르메스’라는 ‘루비로망’의 상표권과 품종 등록을 둘러싼 끝없는 법정다툼이 부끄러운 우리 종자산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이시카와현이 2007년 개발해 보급한 ‘루비로망’은 10여년 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한 사람이 특허청에 2019년 ‘루비로망’, 2020년에는 ‘루비로만’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했다. 한 종묘업자는 2021년에 ‘루비로만’이라는 명칭으로 국립종자원에 품종출원을 등록했다. 이시카와현이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의 신품종 배타적 권리호보 기간인 2013년 이전에 국내에 법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기화로 국내 종묘업자와 개인이 상표와 품종 등록을 해버린 것이다.

논란은 그다음부터 시작됐다. 개인이 특정 품종 상표권을 독점해서는 안된다며 상표등록 무효소송이 제기되고, 특허청은 2022년 8월에 ‘루비로망’ 상표권 등록을 무효심결 했다. 상표등록 무효를 지켜본 이시카와현은 특허청에 ‘루비로망’ 상표등록을, 종자원에는 ‘루비로만’ 품종명칭 취소를 청구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한국과수종묘협회가 ‘루비로만’에 대한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루비로만’ 역시 품종명이라 특정인의 독점권은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루비로망’에서 ‘루비로만’까지의 다툼은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허당국은 ‘루비로망’ 상표를 무효로 할 때 ‘루비로망’의 일본식 가타카나 표기를 한국어로 바꾼 ‘루비로만’도 함께 심결해야 했다. 종자당국도 일본의 품종을 국내 업자가 자신의 품종으로 등록하는 것을 거르지 못했다. 해외 무단 반입과 베끼기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종자산업계 일부의 행태는 더이상 논할 가치조차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78개 UPOV 회원국 가운데 품종보호출원 9위, 등록 8위의 종자선진국이다. ‘루비로망’ 논란을 계기로 세계적 위상에 걸맞은 종자산업으로의 혁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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