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경영난 돌파…김범수 '승부수' 무리수였나

최기철 2024. 8.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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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등 그룹 경영진·법인 재판에
檢 "SM엔터 인수 실패시 '폐업 위기'"
"계열사·사모펀드 자금 투입 '하이브' 저지"
"임직원 입 맞추고 허위 법논리로 수사 방해"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침몰 직전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펼쳤던 SM 인수가 김 위원장과 카카오그룹의 최대 위기를 부른 셈이다. 김 위원장은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일 뿐 시세 조종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위원장이 계열사까지 움직여 SM 주가를 끌어올리고, 증거인멸을 위해 임직원의 입까지 맞추는 등 조직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유죄 판결을 자신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8일 구속기소된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檢, 카카오그룹 경영진 6명·법인 3곳 기소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 장대규)는 8일 카카오 그룹 김범수 의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의뢰한 지 9개월여 만이다.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 임원 3명도 시세조종 공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SM을 인수한 카카오엔터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먼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과 카카오 법인, 시세조종에 필요한 자금을 댄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된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회장과 원아시아파트너스 법인까지 포함하면 카카오그룹 경영진 6명과 법인 3곳이 재판을 받고 있거나 받게 됐다.

검찰 조사 결과, 2022년 카카오엔터는 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산이 2조 9248억원이었으나 부채가 약 1조 5518억원에 이르고 당기순손실이 약 4380억원에 달했다. 카카오엔터와 카카오그룹으로서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고 경영 상황이 양호한 SM을 인수하는 게 절실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두고 카카오·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HYBE)가 신경전을 벌이던 2023년 3월 12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사진=뉴시스]

카카오, 2021년부터 SM '눈독'

이 때문에 카카오그룹은 2021년부터 SM에 눈독을 들였다. SM 인수가 현실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카카오엔터는 해외투자처로부터 상장 조건으로 1조원대 투자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카카오그룹의 SM인수는 하이브의 전격적인 참전에 휘청였다. 하이브는 지난해 2월 SM 인수를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인 12만원으로 SM 주식을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하이브에 SM을 빼앗기면 카카오엔터는 경영정상화나 상장이 물거품이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카카오엔터 자체분석 결과 하이브가 SM을 인수할 경우 엔터업계 시장점유율은 67.5%. SM 경영인수 전 카카오엔터의 업계 순위는 4위였다.

하이브 공개 매수 전인 같은해 2월 7일, 카카오그룹은 SM과의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 계약으로 SM 지분 약 9.05%를 값싸게(1주당 9만 1000원, 총액 약 2160억원)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이수만 전 SM 총괄PD가 계약에 대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법원은 3월 3일 "카카오-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계약이 경영권 인수 목적의 계약으로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참여했던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2023년 3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K-POP의 미래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이브 전격 참전…카카오, 시세조종 시작

카카오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것 뿐이었다. 결국 SM 지분을 장내 매입하기로 했다. 사모펀드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을 동원해 SM 지분 상당부분을 인수하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공시하지 않는 5% 이내의 범위에서만 SM 주식을 직접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시세조종이 시작됐다. 카카오그룹은 공개매수 기간 초반과 마지막 시기를 노렸다.

작업은 2단계로 진행됐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초반인 2월 16~1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투입해 장내 매집으로 SM주식을 12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려 개미투자자 공개 매수를 막았다. 하이브의 마지막 매수 시점인 같은 달 27~28일에는 100억원을 동원해 주가를 더 끌어올렸다. 2월 27일 오후부터 SM 주가가 떨어지자 카카오그룹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자금 1300억원을 쏟아부어 직접 SM 주식을 장내 매집했다. 결국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카카오그룹 자체 파악 기준으로 이때의 SM 경영권 가치는 현금 5770억과 처분가능 자산 약 4339억원으로, 1조원이 넘었다.

검찰 관계자는 "카카오그룹 시세조종 주문은 고가매수주문, 물량소진 주문, 종가관여주문 등으로 구성됐는데, 이런 형태의 주문은 일반 투자자들의 매매거래를 유인하는 대표적인 시세조종성 주문"이라며 "카카오그룹은 이런 수법으로 시세를 떠받치며 상승세를 유지시켜 시세를 고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 [사진=아이뉴스24 DB]

檢 "계열사까지 조직적 가담…증거인멸

검찰은 △계열사들이 시세조종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점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해 SM 주가를 부양시킨 점 △엔터업과 관계 없는 카카오 자금으로 SM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등 기업자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점 등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주장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 임직원들이 수사에 대비해 입을 맞추거나 SM 인수 논의를 위해 사용했던 카카오워크 대화방을 삭제하고, 사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임직원들이 만든 논리를 앞세워 조사시 허위로 답변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그룹은 이날 "재판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면서 "정신아 대표(CA협의체 공동의장)를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법은 김 위원장 사건을 형사15부(재판장 양환승)에 배당했다. 앞서 기소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 등 4명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맡은 재판부다.

서울남부지법 [사진=박예진 기자]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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