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챔피언' 김유진, 'TOP 5' 다 꺾고 女태권도 '짜릿한 金'…16년 만에 57kg급 정상 탈환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랭킹대로 결과가 정해지는 건 재미가 없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것 만큼 정정당당한 경쟁 속에 승부를 내는 올림픽 정신에 잘 어울린다.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딱 그랬다.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57kg급 결승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2-0(5-1, 9-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이틀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는 힘을 과시했다. 전날 남자 58kg급에서 박태준(경희대)이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김유진도 여자 최경량급에서 정상에 올라 호조를 이어갔다.
김유진의 금메달은 이 체급에서 16년 만에 차지한 올림픽 성과다. 한국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재은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4 아테네(장지원), 2008 베이징(임수정)까지 이 체급에서는 강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2012 런던 대회부터 직전 도쿄까지 3개 대회 연속 금메달 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파리에서도 사실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금메달이다. 김유진의 세계랭킹은 12위다. 세계태권도연맹(WT) 상위 랭커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지 않은 자원이다. 오히려 국내 선발전과 대륙별 선발전을 거친 끝에 올라왔다.
올림픽 준비도 길지 않았다. 올해 초 아시아 선발전 결승에 오르면서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는 출전권을 획득해 조금은 바삐 준비해야 했다. 여기에 대진도 상위 랭커만 줄줄이 만나는 험난한 코스였다.
김유진은 가장 먼저 5위를 만났다. 16강에서 하티제 퀴브라 일귄(튀르키예)을 상대했는데 금메달을 향한 아주 좋은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83cm의 압도적인 신장을 바탕으로 상대 머리를 연달아 가격하며 전의를 상실케 했다. 2라운드에서는 헤드킥으로만 6점을 따내며 피지컬의 우세함을 잘 보여줬다.
8강에 올라가니 4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칠레·이탈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선수인 스카일라 박(캐나다)을 만난 김유진은 1회전 승리로 얻은 자신감을 공격으로 풀어냈다.
초반부터 긴 다리를 활용해 스카일라 박을 몰아세운 김유진은 연달아 몸통과 머리 공격을 성공하며 1라운드 역전승을 거뒀다. 2라운드 역시 자신의 장기인 머리 공격으로 가뿐하게 제압했다.
최대 고비는 준결승이었다. 이 체급 최고라고 불리는 중국의 뤄중스를 만났다. 뤄중스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빛나는 강자로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까지 가져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땄으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랭킹은 숫자에 불과했다. 1라운드 종료 1분 전 다시 머리 공격이 불을 뿜으면서 승리를 챙겼다. 처음에는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비디오 판독으로 바로 잡았다.
괜히 랭킹 1위가 아니었다. 2라운드 뤄중스의 공세에 조금 시달린 김유진이 이날 처음으로 게임을 내줬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은 김유진은 3라운드에서 머리만 세 차례 타격하며 여유를 보여줘 승리 이상의 성과를 얻어냈다.
나를 믿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연달아 상위 랭커를 제압한 김유진은 "정말 많이 훈련했다"며 "이제 나를 믿고 가자는 생각뿐"이라고 결승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자신감이 한껏 올라온 김유진의 마지막 상대는 2위 키야니찬데였다. 53kg급을 제패하고 증량한 뒤에도 세계선수권 상위에 오를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다.
김유진에게는 설욕의 무대였다. 지난해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패한 기억이 있다. 그래선지 결승전은 앞선 경기와 다르게 전개됐다. 오른 앞발로 상대와 거리를 조절하며 조심스러운 운영을 했다. 상대 역시 체격 조건이 좋은 김유진에게 쉽사리 다가서지 못했다. 심판은 키야니찬데가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먼저 김유진에게 1점을 줬다. 이를 틈타 몸통 공격을 성공하면서 3-0을 만들었다. 김유진도 벌점으로 상대에 한 점 허용했으나 1라운드 끝나기 전 2점을 추가해 기선을 잡았다.
이제 끝내기에 나섰다. 김유진의 장기가 터졌다. 기회를 엿보다 왼발로 상대 머리를 다시 찍어내리면서 3점을 선취했다. 다급해진 키야니찬데가 들어오면 김유진은 긴 다리를 통해 막아내며 리드를 유지했다. 결국 2라운드도 9-0으로 이긴 김유진은 상위랭커를 도장 깨듯 다 이기면서 짜릿한 금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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