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안산주공6단지, 시공사·신탁사 계약조건 놓고 으르렁
1986년 준공된 안산주공6단지는 지상 5층, 17개동, 590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재건축 시 지하 3층~최고 36층, 9개동 1017가구의 '더샵퍼스트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기존 주민 수가 적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분양률이 42%에 달한다.
추정 공사비는 3000억원대로 포스코이앤씨는 대우건설과 수주 경쟁에서 시공권을 따냈다. 사업 진행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건 일부 주민 대표가 도급계약서상 조건 변경을 요청하면서다. 안산주공6단지 주민협의기구인 정비사업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문제로 논란 끝에 해체됐다. 시공사에 유리한 계약 내용을 요구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사업시행자 측에 ▲철거 지체상금 삭제 ▲준공에 임시사용승인 포함 ▲책임준공 삭제 ▲착공 이후 공사비 인상 가능 등 30여개 조항의 수정을 요구했다. 사업 시행을 맡은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 컨소시엄은 향후 공사비 상승 요인을 초래해 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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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위는 법적으로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단체는 아니라는 게 시행 측의 설명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해당 도급계약서 조건을 인지하고 경쟁 입찰에 참여했는데 낙찰 후에 조건을 변경하는 건 일반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며 "국토교통부도 법에 따라 해당 사안이 일반경쟁 위반임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시행 측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한도를 현행 270%에서 280%로 높이기 위한 정비계획 변경 동의서 청구 작업에 힘쓸 계획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시공사와의 계약 체결도 중요하지만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내년 3월까지 정비계획 변경을 완료하고 2025년 12월 통합심의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심의까지 시공사와 협의가 안 된다면 전체회의를 의결해 시공사 교체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B씨는 취재를 시도하자 "여기는 전쟁터다.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신탁이 주도하는 카톡방과 포스코를 지지하는 카톡방이 나뉘어 있다"며 "신탁사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주지 않는 것 같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으려고 개별 평형을 줄여 세대 수가 늘어나도록 몰아가는 느낌도 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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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제안일 뿐이지 전체회의에서 결정되는대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비가 오를 경우 주민들의 분담금 상승이 예상된다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조합원도 여러 사람들이 있어 찬반은 불가피하다"며 "그건 조합원끼리의 문제이고 시공사는 다수가 결정한 대로 시공하면 된다. 시행 측이 결정권도 없는 시공사를 갈등 문제에 끌어들였다"고 반박했다. 정사위원들과 결탁 의혹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정사위에 참여했던 주민 D씨는 "정사위가 안 좋게 끝나서 주민들에게 죄송하지만 활동하면서 위원회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다"며 "주민 분열이 일어나 사업이 발목 잡힌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신탁에 위탁 시 사업 진행이 잘 될 줄 알았는데 분란이 반복돼 주민들이 실망했다"며 "총회에도 관심을 안 갖고 참여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탁사와 시공사를 떠나 주민들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분담금 인상 아니겠냐"며 "주민들이 사태의 문제를 알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산주공6단지는 2014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아 201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22년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이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계약서상 신탁보수는 매출의 1.95%로 알려져 약 108억원이 추정된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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