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안산주공6단지, 시공사·신탁사 계약조건 놓고 으르렁

이화랑 기자 2024. 8. 9. 04: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행 측 "내년 통합심의까지 협의 안 되면 시공사 교체"
사진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중앙주공6단지' 아파트.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 도급계약서 변경을 놓고 대립하면서 8개월째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를 지지하는 세력이 나뉘며 주민 간 갈등도 격화한 가운데 분담금 상승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이화랑 기자
총 공사비 3000억원의 경기 안산시 중앙주공6단지(이하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이 시공사 선정 8개월째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포스코이앤씨가 사업을 수주했지만 도급계약서 조건 변경을 놓고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과 대립하며 사업을 지체시키고 있다.

1986년 준공된 안산주공6단지는 지상 5층, 17개동, 590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재건축 시 지하 3층~최고 36층, 9개동 1017가구의 '더샵퍼스트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기존 주민 수가 적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분양률이 42%에 달한다.

추정 공사비는 3000억원대로 포스코이앤씨는 대우건설과 수주 경쟁에서 시공권을 따냈다. 사업 진행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건 일부 주민 대표가 도급계약서상 조건 변경을 요청하면서다. 안산주공6단지 주민협의기구인 정비사업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문제로 논란 끝에 해체됐다. 시공사에 유리한 계약 내용을 요구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사업시행자 측에 ▲철거 지체상금 삭제 ▲준공에 임시사용승인 포함 ▲책임준공 삭제 ▲착공 이후 공사비 인상 가능 등 30여개 조항의 수정을 요구했다. 사업 시행을 맡은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 컨소시엄은 향후 공사비 상승 요인을 초래해 주민들의 추가 분담금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주민 5분의 1 이상이 발의 요청해 지난달 26일 토지 등 소유자 전체회의가 열렸고 정사위의 임원·위원 해임 안건이 가결됐다. 앞서 일부 정사위원들은 지난달 6일 감사 직권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공사 도급계약서 변경에 대해 94% 이상 찬성표로 가결했다. 신탁사 계약해지 안건도 추진했다. 하지만 법원은 시행자 외 소집권 집행 불가(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를 사유로 전체회의 결과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시공사와 결탁 의혹 정사위 해체… 당분간 신탁사 중심 진행 예정


안산주공6단지 인근에 위치한 정비사업위원회 사무실 전경.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 도급계약서 변경안을 두고 대립하면서 8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사진=이화랑 기자
지난 7일 찾은 안산주공6단지 인근에 위치한 정비사업위원회 사무실은 텅 비어 적막만이 감돌았다.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주민들이 대립해서 싸우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해임 결정을 보면 정사위가 원인으로 지목된 것 같다"며 "정사위를 재구성하는 건 아직 미정이고 사업이 안정될 때까지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사위는 법적으로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단체는 아니라는 게 시행 측의 설명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해당 도급계약서 조건을 인지하고 경쟁 입찰에 참여했는데 낙찰 후에 조건을 변경하는 건 일반경쟁 원칙에 위배된다"며 "국토교통부도 법에 따라 해당 사안이 일반경쟁 위반임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시행 측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한도를 현행 270%에서 280%로 높이기 위한 정비계획 변경 동의서 청구 작업에 힘쓸 계획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시공사와의 계약 체결도 중요하지만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내년 3월까지 정비계획 변경을 완료하고 2025년 12월 통합심의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심의까지 시공사와 협의가 안 된다면 전체회의를 의결해 시공사 교체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산주공6단지 인근에 위치한 정비사업위원회 사무실 현관.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 도급계약서 변경안을 두고 대립하면서 8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사진=이화랑 기자
단지 입구에는 정사위가 추진했던 총회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소유주 사이 갈등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주민 A씨는 "세입자여서 재건축과 관련은 없지만 사업 진행이 잘 안되다 보니 주민끼리 갈등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B씨는 취재를 시도하자 "여기는 전쟁터다.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씨는 "신탁이 주도하는 카톡방과 포스코를 지지하는 카톡방이 나뉘어 있다"며 "신탁사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주지 않는 것 같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으려고 개별 평형을 줄여 세대 수가 늘어나도록 몰아가는 느낌도 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공사비 상승 문제에 대해 C씨는 "세계 경제나 물가 변동을 따지면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하는 건데 신탁사의 우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민 갈등" 일축한 포스코이앤씨


안산주공6단지 입구에 게시된 전체총회 안내문.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 도급계약서 변경안을 두고 대립하면서 8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사진=이화랑 기자
시행 측은 시공사의 요구대로 계약 조건을 변경할 경우 소유자들 입장에서 손익 인지를 잘 못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제안일 뿐이지 전체회의에서 결정되는대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비가 오를 경우 주민들의 분담금 상승이 예상된다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조합원도 여러 사람들이 있어 찬반은 불가피하다"며 "그건 조합원끼리의 문제이고 시공사는 다수가 결정한 대로 시공하면 된다. 시행 측이 결정권도 없는 시공사를 갈등 문제에 끌어들였다"고 반박했다. 정사위원들과 결탁 의혹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고 부인했다.

사진은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중앙주공6단지' 아파트 입구.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 도급계약서 변경안을 두고 대립하면서 8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사진=이화랑 기자
계약 조건 변경을 두고 사업 참여자 간의 힘겨루기가 길어지면 결국 손해는 소유자들이 입게 된다. 분담금 상승에 대한 우려도 짙어진다. 주민 사이에선 "이러다가 시행·시공이 손잡고 분담금 폭탄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정사위에 참여했던 주민 D씨는 "정사위가 안 좋게 끝나서 주민들에게 죄송하지만 활동하면서 위원회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다"며 "주민 분열이 일어나 사업이 발목 잡힌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신탁에 위탁 시 사업 진행이 잘 될 줄 알았는데 분란이 반복돼 주민들이 실망했다"며 "총회에도 관심을 안 갖고 참여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탁사와 시공사를 떠나 주민들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분담금 인상 아니겠냐"며 "주민들이 사태의 문제를 알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산주공6단지는 2014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아 201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22년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이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계약서상 신탁보수는 매출의 1.95%로 알려져 약 108억원이 추정된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