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AI교과서 수업 "교사 뜻대로 학습내용 재구성... 교실 바꿀 보조도구"

손현성 2024. 8. 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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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주최 교실혁명 컨퍼런스 열려
교사 연수용 AI교과서 시제품 선보여
내년 도입 실제 교과서는 11월 말 공개
학생 수준 진단하고 맞춤형 교육 목표
교육현장 일각 "어떻게 준비하나" 우려도
교육부 주최로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교실혁명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교원 연수용 AI 디지털 교과서 시제품에 나온 학생들의 학습 진단 예시 화면. 교육부 제공

교사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서 중학교 수학 도수분포표 관련 형성평가 문제를 클릭하자 스크린에 이를 푼 학생 5명의 이름과 함께 정답 여부, 문제 푸는 데 걸린 시간이 나타났다. 정답을 맞히지 못한 학생 이름을 누르자 그 학생의 풀이 흔적도 나왔다. 교사는 학생별 학습 데이터 화면에서 누적된 학습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부가 7,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주최한 '교실혁명 컨퍼런스' 행사. 임선하 대구 덕화중 교사는 AI교과서 활용 수업을 시연하면서 "문제를 틀린 학생은 개념 학습에서 미진한 부분을 확인해가면서 막히는 부분에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학업성취율은 학급 평균 대비 이해도가 높은 영역과 낮은 영역으로 나뉘어 막대그래프로 화면에 표시됐다. 교사가 한눈에 개별 학생 및 학급의 성취도를 확인하고, 맞춤형 지원으로 학습 결손을 메울 필요가 있는 학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임 교사는 "(선도학교 지정) 학교에서 AI코스웨어(교육용 프로그램)를 활용해 성취도가 낮거나 보충학습을 희망한 학생들에게 수업 전 20분씩 수준별 문항을 제공하고 꾸준히 봐줬더니 성적이 많이들 올랐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선 정부가 내년 3월부터 교육 현장에 본격 도입할 AI교과서의 시제품이 공개됐다. 교사 연수용으로 학습 진단과 평가 등 기본적 기능이 탑재됐다. 학생들이 실제로 쓸 AI교과서는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며 검인정을 거쳐 올해 11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맞춤형 교육의 전제인 학생별 학습 수준 진단은 AI교과서에서 제시되는 문항을 푼 결괏값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이는 '문항 반응 이론'에 기반해 설계됐다. 현장에서 만난 송은정 동국대 교육대학원(AI융합교육전공) 교수는 "시력 검사를 하듯이 어려운 문제를 틀리면 그보다 쉬운 문제가 제시되고, 맞히면 그보다 어려운 문제가 제시된다"고 설명했다. 수학에선 6문제 이상 풀면 학생 수준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다른 과목은 주로 10문항까지 진단에 활용된다고 했다.

교사가 수업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능도 소개됐다. 김미현 대구 동문초 교사는 시연장에서 교과서 단원 대신 학생들이 선호하는 동화책과 동영상 자료를 AI교과서 툴에 넣어 흥미를 끌어올린 수업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사는 "우리 반 상황에 적합한 자료를 가져와서 손쉽게 재구성할 수 있는 점이 AI교과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임 교사도 학생들에게 익숙한 학교 지도를 AI교과서에 넣어 점, 선, 면의 수학적 요소를 찾아보도록 한 수업 경험을 들었다. 임 교사는 "단순 문제풀이가 아니라 학생이 평소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배운 지식을 구성해보면서 수학력 사고력을 기르는 수업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AI교과서는 수업 보조 도구로 교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좌우된다는 얘기다.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교실혁명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교원 연수용 AI 디지털 교과서 시제품에 실린 영어 말하기 학습 기능. 교육부 제공

신태환 세종 새롬고 교사는 참관한 교사들에게 디지털 활용 수업 노하우를 강의하면서 "(디지털 수업 초반에는) '문제만 푸니 재미가 없다'거나 대충 찍고 자는 학생들도 있었다"며 실패담을 꺼냈다. 하지만 매 시간 수업 관련 영상을 선정해 수학의 일상적 맥락과 배워야 할 이유 등을 풀어주는 식으로 수업에 변화를 줬더니 이제는 자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교사들은 실시간으로 학생별 학습 상황을 알 수 있는 튜터링 기능도 학생 학습 관리에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딴청 부리며 방치되는 학생이 없도록 바로바로 지도할 수 있어서다. 장덕진 경기 평택세빛초 교사는 학생이 교사에게 직접 묻기 어려운 질문이 가능한 'AI챗봇'과 개념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단계별로 채울 수 있는 'AI 학습 추천 콘텐츠' 기능을 들어 "느린 학습자들도 AI교과서 수업을 통해 배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참관한 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한 지방 학교의 교감은 "떠밀리듯이 (AI교과서 도입을) 맞이할 게 아니라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조 도구 하나로 맞춤형 교육을 기대하기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본 기능만 갖춘 AI교과서로 시연이 이뤄져서인지 한 교사는 "지금의 수업 방식과 크게 달라질 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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