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증시]센터장 6인, 엔케리 공포 여진…"하반기 엔비디아·애플 오른다"

이지운, 염윤경, 이예빈 기자 2024. 8. 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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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박스권 불가피… 9월 미국 경제지표, 엔비디아 기업 실적 발표 후 증시 회복 예상
그래픽=김지호 기자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 상태가 침체기로 접어든 상황을 나타내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가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77% 급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2001년 이후 역대 4번째이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후 폭락세가 진정됐지만 연일 널뛰기 장세가 이어져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급락 구간은 지났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증시 랠리를 재개하기 위해선 중동 정세, AI(인공지능) 빅테크 기업 실적, 미국 대선 등 확인해야 할 변수들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니S는 주요 증권사 6곳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에 관해 물었다. 전문가들은 여러 변수와 함께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음 달 '빅컷(0.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 인하)'을 단행하기 전까지는 코스피가 연고점(2891.35)을 쉽게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로 커진 AI 반도체 회의론? "성장 가능성 여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최근 AI 반도체 투자를 이끄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주가가 단기간 과도하게 올랐다는 경계감이 확산하던 차에 미국발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자 '패닉셀(공황매도)' 현상이 나타나며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특히 빅테크 관련주 중에서는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과 시가총액 감소가 가장 두드러졌다. 7월11일 장중 136달러를 넘어섰던 엔비디아 주가는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5.08% 하락한 9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100달러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5월22일 이후 두 달 반만이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7월 고점(478달러대) 대비 주가가 15% 가까이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 이상 날아갔다. 애플과 알파벳, 아마존 역시 각각 4000억달러 안팎 시총이 줄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들 기업에 대한 단기적 조정 가능성은 있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AI의 성장 동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환경 급변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중기적으로 여전히 시장의 동력(AI투자, 인프라투자 모멘텀 등)은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경기침체 이슈 역시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낮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AI의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부문의 고성장 지속, 향후 자본지출(CAPEX) 지속 증가 예정 등을 감안하면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며 "일정 부분 눈높이 조정이 이뤄지고 나면 주가 측면에서도 반등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향후 주가가 차별화를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AI 시장 선점을 위한 빅테크 기업의 투자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빅테크 주 내에서 이익성장의 전망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외국인 매도세 韓 증시 외국인 매도세… 빅테크 실적 발표 후 안정세 전망


이번 글로벌 지수 하락은 특정 이벤트 발생보다는 미국 실업률 상승에 따른 고용 침체 우려와 엔비디아 등 빅테크 부진, 엔캐리 청산 리스크, 일본·호주 등 아시아 증시 급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는 8월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1000억원을 매도했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6250억원, 6274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매도세가 미국 빅테크 기업 주가 조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는 2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 시점을 이후로 외국인 매도세는 차츰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빅테크 기업이 실적 증가세를 재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밖에도 이달 14일 발표되는 미국 7월 CPI(소비자물가지수) 등 미국 경제지표, 엔/달러 안정 등이 확인된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매수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다.

윤석모 센터장은 "지난 7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약 24조원을 순매수했기 때문에 최근 매도 금액만으로 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실제로 최근 선물시장에서는 순매수세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며 "8월14일 미국 소비자 물가, 26일 잭슨홀 미팅 등도 확인하면서 외국인의 투자 심리는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외국인 수급의 안정화에는 1~2개월가량 소요될 수 있다"며 "시장은 엔/달러 등 유동성 차입 여건의 안정 확인, 미국 경기 재확인 등 확신을 얻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 높아진 증시' 단기 급락 종목 공략


외국인 매도세와 더불어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처치센터장은 ""VIX(변동성 지수)를 높이고, 위험자산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일정들이 연이어 예정돼 있기 때문에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보수적 대응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주식시장에서 투자방어 전략으로는 과도하게 주가가 조정된 종목에 초점을 맞출 것을 조언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연초 이후 주가가 급등한 섹터의 비중을 낮추고 지난 7월 이후 단기 급락한 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리밸런싱 전략이 필요하다"며 "채권투자의 경우엔 단기에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어 중립 수준의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전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자산으로는 금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현재는 급락 이후의 기술적 반등 경로를 충실히 따라가며 시장이 점차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8월 말 밸류업 이벤트가 예정된 자동차 업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성장주 (바이오, 게임 등)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다"고 했다.

이외에도 방산, 음식료, 통신, 유틸리티 등 가격 조정이 심하지 않고 지수방어력이 높은 업종을 제시했다.

유종우 센터장은 "현재 주식시장 붕괴가 경기 침체에 기인하므로 IT(반도체)와 경기소비재(전기차, 2차전지) 등 경기민감도가 큰 업종은 잠시 피해야 할 때"라며 "포트폴리오를 지수 대비 방어력이 강하고 수익성이 높은 방산, 음식료, 유틸리티 등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급락 이후 회복은 대략은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면서 그동안 변동성 높은 박스권 장세 예상된다"며 "급락 시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이 심하지 않았던 업종과 제약·바이오와 조선 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운, 염윤경, 이예빈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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