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천연기념물 진돗개 26마리 무더기 안락사 위기... 어쩌다 유기견 됐나

고은경 2024. 8. 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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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 26마리가 지난달 말 전남 진도군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거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진도군 축산과 관계자는 "천연기념물 해제 및 개들의 인수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며 "운영자와 개들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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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생산·판매업자 사업 접으며 소유권 포기
26마리 졸지에 천연기념물서 유기견으로 전락
진도군 "입양되지 않을 경우 안락사 불가피"
진돗개 생산·판매업자가 업체 문을 닫은 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돼 전남 진도군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와 있는 진돗개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 26마리가 지난달 말 전남 진도군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거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진도군은 진돗개들을 동물보호법상 유실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한다는 방침으로 입양되지 않을 경우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8일 진도군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진돗개 생산·판매업체 운영자 A씨는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사업을 접으면서 기르던 천연기념물 진돗개 26마리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시켜 줄 것을 진도군에 요청했다. 진도군은 "천연기념물 축양동물 관리지침 제11조 제3항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보고 26마리를 천연기념물에서 해제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은 '관리단체장은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축양동물 중 번식능력이 없거나 주요 질병 이환, 장애, 사육환경 등으로 천연기념물로서 유지가 어려울 경우 축양동물을 소유자 신청 또는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A씨의 사업 포기가 사육환경 문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천연기념물이었다가 졸지에 유기견으로 전락해 안락사 위기에 놓인 진돗개.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이후 A씨는 26마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개들을 진도군 유실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냈다. 진도군은 동물보호법 제44조에 따라 개들을 입소시켰다는 입장이다. 위 조항은 '소유자 등이 자신이 소유하거나 사육, 관리 또는 보호하는 동물의 인수를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동물의 인수를 신청하는 자에 대해 동물 인수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 인수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상당 부분 맡겨져 있.

동물보호단체들은 먼저 진돗개들을 천연기념물이라고 홍보하며 번식을 통해 이익을 취해오다 영업을 접는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유기견으로 전락시켜 안락사 위기에 놓이게 한 실태를 비판했다. 더욱이 해당 업체는 지난해 말까지 진도군이 지정한 '진도개 시범사육장'으로 지정 운영돼 오던 곳이다. 진도군 내 진돗개 생산·판매업체들은 천연기념물 사이에서 태어난 예비견들을 팔아 수익을 얻고 있다. 이때 강아지 분양을 위한 배송비 일부는 진도군 예산으로 지원되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질병관리를 위해 백신도 무료로 제공받는다.

한때 천연기념물이었지만 유기견이 된 진돗개가 전남 진도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개들이 사람의 이익에 따라 한순간에 유기견으로 전락해 안락사 명단에 오르는 현실이 말도 안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해제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를 이번 사례처럼 영업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인수제는 반려인이 장기입원, 군대 등 불가피한 사유로 사육을 포기한 반려동물을 지자체가 관리 인수할 수 있도록 도입된 것이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펫숍이나 번식업자들이 포기한 동물까지 모두 지자체가 수용한다면 그에 대한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꼴"이라며 "영업자들이 사업을 접더라도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전남 진도군 유기동물보호소의 진돗개 26마리 입양 공고가 한꺼번에 올라와 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진도군 축산과 관계자는 "천연기념물 해제 및 개들의 인수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며 "운영자와 개들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시설에 들어온 개들의 경우 공간이 있으면 최대한 보호하겠지만 시설이 부족해지면 순차적으로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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