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분산 효과 기대…실효성엔 물음표"
서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신축 아파트 중심의 과열 분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8일 '공급대책'을 내놨다. 무너진 빌라(다세대·연립) 시장을 정상화해 아파트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린다는 내용이 골자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과열된 서울 주요지역 공급을 늘릴 대책은 빠졌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 심리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비아파트 시장에 꼭 필요한 대책들이 나와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이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눈여겨본 주요 정책은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 △수도권 도심 내 빠른 신축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재건축·재개발촉진법(특례법)' 제정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지정' 추진 등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냉각된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라며 "아파트 수요 쏠림현상을 비아파트로 분산·이동시키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수도권 재개발 예정구역의 빌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최근 건축비 급상승으로 수익성이 크지 않아 사업장별로 선별 접근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축 비아파트에 생애 최초 혜택과 1주택 특례혜택을 주면 아파트 비해 공사 기간이 짧아 가시적인 단기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평상시 거래량이 상당한 편인 도심 비아파트 전세시장에 추가 공급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트 대체재 역할을 하던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비아파트 공급은 최근 크게 줄어든 추세다. 2022년 비아파트 전국 인허가 건수는 11만6612건이었지만 2023년 5만7579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6월 기준 1만8332건으로 크게 줄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인식과 선호도가 확연히 아파트로 쏠린 상황에서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이 개입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서울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 등 시장에 필요한 종합대책으로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정부는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 지정을 일부 해제해 신규주택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미래세대를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라며 "보존 가능한 지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은 24.79㎡로 전국 266.01㎡의 10분의 1도 안 된다. 녹지면적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푸는 건 무리라는 분석이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공급물량 대부분 수도권 위주로 270만호 가까이 집중돼 있는데, 이 계획을 아직 빠르게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수도권 인근 공급물량을 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공급으로 이어가는 집중이 필요하다"며 "미래세대의 불안감을 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가 지역 양극화인데 도심에 너무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인구가 모여 살다 보면 점점 녹지공간이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결국 강남권인데, 얼마나 물량공급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시장안정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한정된 물량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울 전역으로 파급시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굳이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할 필요성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소장은 "당장 수요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차라리 충격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이 상승하는 곳에 규제를 강화하고, 서울과 수도권을 일시적으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금리를 깎아주면 서울, 수도권 아파트에 몰린 수요가 지방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지금은 획기적인 방안, 큰 공급숫자 등이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끼치기 어렵다"며 "이미 발표된 공급계획과 규제완화를 꾸준하게 현실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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