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지금 청춘들은 '보더리스'(Borderless) 세대일까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4. 8. 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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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MBN '한일가왕전'에선 1970~8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국 가수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특히 계은숙의 히트곡들은 기성세대조차 처음 들어본 노래들이었다. 20세기를 풍미한 한류 가수로 부를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한류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일본인에게 맞춘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가수 김연자도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부른 노래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알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일본에서 인기 있는 가수인데 한국인 가수라는 정도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보아가 일본에 진출했을 때도 일본인에게 맞춘 철저히 현지화된 노래들이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보아가 어떤 일본 노래를 불렀는지 모른다. 알아도 크게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2010년대가 넘어서면서 한국의 노래가 그대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물론 일본어판이 제작되기도 하지만 그 중심은 한국에서 발표한 노래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류 현상이 맞다.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국내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제 K팝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패션 그리고 음식에 이르기까지 인기 폭발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청춘들도 일본의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 등의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일본 아이돌의 팬을 형성하고 있다. 그냥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K팝 아이돌 팬덤과 같이 앨범이나 음원 구매에 나서는데 당연히 인터넷 SNS를 통한 팬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는 좀 위험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일본 현지에서도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 일본에 대한 선망의식이 강해진 것 아닌가 싶어서다. 다만 정치적 국가적 이데올로기와 관계없이 문화 콘텐츠 자체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경계가 없어진 점에서 양국의 젊은이들을 '보더리스'(Borderless) 세대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일단 그들은 포미족 세대로 보인다. 자신을 위해서 민족이나 국가, 이데올로기 그리고 과거의 역사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실리 혹은 실용 세대일 수도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SNS가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보더리스'라는 개념조차도 없다. 그들이 없는 것의 핵심은 열등적 우월감이다.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일본인을 무시하는 이가 없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열등감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무시하고 속으로 두려워하는 태도는 이제 젊은 Z세대는 소멸하고 있다. 경제나 과학기술 등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에서 정통문학은 물론이고 장르문학, 여기에 웹툰은 일본보다 앞질러왔다. 조선과 자동차, 스마트폰, 그리고 디지털기술도 일본과 견줘 앞서가는 점이 있다. 따라서 일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는 그냥 소모적인 소비를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흡수해 새로운 진주를 만드는 새로운 컬처메이커일 뿐이다.

6월 말 일본 도쿄돔 팬미팅에서 뉴진스가 1980년대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부르자 일본인들이 열광했다. 40년 전의 노래를 한국 걸그룹이 부르니 놀랄 만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의미부여와 관계없이 '푸른 산호초'는 뉴진스에게 팬을 위한 서비스일 뿐이다. 선망과 경탄이 아니라 세계 팬덤을 위한 하나의 아이템이다. 어느 때보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문화적 포용성이 확장하고 있다. 우리는 콘텐츠 세계 경영으로 가고 있으며 일본은 하나의 디딤돌이자 발판일 뿐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드러나는 포미족의 특징을 새로운 융합적 컬처메이커의 주축세력으로 성장시킬 사회경제적 미션이 있을 뿐이다. 다시는 침략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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