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1일의 정면충돌이 영웅들의 웃음을 앗아갔다…도슨도 이용규도 굿바이, 야구가 이렇게 잔인하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7월31일의 충돌은 영웅들에 너무 잔인했다.
고척 NC 다이노스전이었다. NC가 1-0으로 앞선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NC 권희동의 타구가 좌중간을 완전히 갈랐다. 너무 잘 맞은 타구였다. 애당초 다이렉트 포구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좌익수 로니 도슨과 중견수 이용규가 포기하지 않았다. 둘 다 약속이나 한 듯 전력질주, 몸을 날렸다.
그렇게 도슨의 오른 무릎과 이용규의 가슴이 정면 충돌했다. 이용규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수 분간 일어나지 못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라는 후문. 도슨도 쓰러졌다가 이용규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이용규보다 먼저 터벅터벅 1루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교체는 당연했다. 곧바로 병원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관심사였다. 실제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결국 둘 다 구급차에 탑승하지 않았다. 결국 NC가 권희동의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시작으로 빅이닝을 만들며 낙승했다. 그러나 키움은 그날 결과보다 더 한 비보를 8월의 첫날에 접했다.
로니 도슨의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 손상. 오히려 가슴 타박상을 입었던 이용규가 멀쩡한 반면, 도슨은 데미지가 컸다. 도슨은 곧바로 크로스체크를 받았다. 두 번째 병원에서의 소견은 수술이었다. 이후 알다시피 이번주에 두 차례 추가검진을 받았다. 최종 십자인대 손상 판정. 구단은 최종 결정을 도슨에게 맡기기로 했다.
구단은 8일 고척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도슨에게 조촐한 송별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별을 말하지 않았다. 도슨은 9일 미국으로 출국, 미국에서 다시 검진을 받고 최종적으로 수술 혹은 재활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술을 받지 않고 재활이 가능하다면, 키움은 도슨과 재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날 또 비보가 들렸다. 그날 도슨과 충돌한 이용규도 시즌 아웃이 유력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용규는 7일 고척 SSG전서 0-3으로 뒤진 3회말 2사 1루서 드류 앤더슨의 커브에 발을 맞고 출루했다. 후속 이주형의 볼넷에 2루까지 들어갔으나 투혼이었다. 송성문 타석에서 김수환으로 교체됐다. 그리고 발가락이 골절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용규는 도슨의 시즌아웃이 꼭 자신 때문인 것 같다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물론 자신의 잘못이 아닌 걸 자신도 알지만 도슨에게 마음이 많이 쓰였다. 후배 변상권이 쏠쏠한 활약을 펼친다며 흡족하기도 했다. 39세의 베테랑이자 정신적 지주는 늘 자신보다 팀, 후배들을 먼저 챙겼다.
키움은 박병호(삼성 라이온즈)가 떠나고 최주환, 이원석, 이형종, 원종현, 정찬헌 등 베테랑을 FA와 트레이드로 여럿 영입했다. 젊은 선수가 많은 팀에 자연스럽게 기둥을 세워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이용규는 이들보다도 선배다. 그리고 먼저(2021년) 이 팀 유니폼을 입었다. 결정적으로 최주환을 제외하면 꾸준히 경기에 나오는 선수가 없다. 그렇게 이용규는 자신의 수치 이상으로 덕아웃 리더로서 팀에 주는 긍정적 영향력이 컸다.
그런 이용규가 올해 야구를 더 이상 못할 전망이다. 내년이면 이용규도 마흔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선수다. 도슨 이상으로 안타까운 시즌 아웃이다. 최하위에서 대도약을 노리는 키움도 도슨과 이용규의 이탈에 침통하기만 하다. 부상 중인 장재영, 2군 재조정 중인 이형종의 회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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