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벨트 풀어 8만 가구 공급

신수지 기자 2024. 8. 9. 00: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집값 급등하자 대규모 해제… 6년간 수도권에 42만 가구 짓기로

정부가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대규모로 풀어 내년까지 수도권에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로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이어가자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하는 재건축·재개발은 특례법을 제정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서울에서 새로 짓는 빌라는 일정 기간 공공이 모두 사들여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8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그린벨트 같은 신규 택지 발굴과 빌라 매입 등으로 21만여 가구를 공급하고, 1기 신도시 재건축처럼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의 속도를 높여 오는 2029년까지 6년간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2009~2012년 이명박 정부가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위주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오는 11월 구체적인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 5만 가구 공급 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내년에 3만 가구 규모의 택지를 지정한다고 했다. 서울시에선 오세훈 시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초 ‘1·10 대책’ 때 수도권 그린벨트 등에 2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서울로까지 확대하고 공급 규모도 4배로 늘렸다.

그래픽=김현국

이날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서울 도심과 수도권 주택이 충분히 공급된다는 신호를 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26% 올라 20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 시작한 집값 급등세는 현재 과천·성남·하남 등 서울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다만 중장기 대책이 많아 입주 물량 감소 같은 당장의 주택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후보지 지정부터 토지 보상, 착공, 분양, 입주에 이르기까지 빨라도 7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그린벨트 풀고 미분양도 사준다

정부는 오는 11월 서울과 서울 인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5만 가구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다. 현재 서울에는 6구(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제외한 19구 외곽 지역에 총 149㎢ 규모의 그린벨트가 있다. 서울 전체 면적(605㎢)의 24.6%에 해당한다. 서초구가 23.89㎢로 가장 많고, 강서구(18.91㎢), 노원구(15.9㎢), 은평구(15.2㎢) 등이 뒤를 잇는다. 서울 북부 지역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어서 강남권 개발이 유력하다.

그래픽=김현국

현행법상 면적 0.3㎢를 초과한 그린벨트 해제는 국토부가 직권으로 할 수 있지만, 주택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협조해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장기전세주택 등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는 주택 유형과 방식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물량만 최소 1만 가구 이상으로 선호 지역 위주로 공급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신규 택지 3만 가구가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투기 방지를 위해 신규 택지를 발표하는 11월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공급 물량도 애초 계획보다 2만 가구 더 늘리기로 했다. 용적률을 높이고, 자족용지와 상업용지 비율을 줄여 물량을 확보한다.

기존 수도권 공공택지의 착공과 분양을 유도하는 대책도 나왔다.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우려로 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내년까지 수도권 3만6000가구를 대상으로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한다. 내년까지 착공에 나선 건설사가 아파트를 다 지은 뒤 미분양이 발생하면 LH가 분양가의 85~89% 수준에서 사들여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 2018~2020년 아파트를 짓고 나서 분양하는 조건으로 공급한 택지 가운데 아직까지 본청약을 실시하지 않은 4500가구에 대해서는 선(先)분양을 허용해 분양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단축하고 사업성 강화

정부는 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도 추진한다. 정비사업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통합 처리를 허용하고, 조합 설립 후 단계적으로 해야 했던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도 동시 수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전체 사업 기간을 3년 정도 줄일 수 있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동의를 얻는 게 관건인데 정부 관계자는 “절차를 간소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취지여서 야당도 잘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년 한시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 올려주고, 의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완화해 사업성도 높인다. 재건축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는 공식적으로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서울에 대기 중인 정비사업 물량 13만 가구가 2029년까지 착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빅데이터연구소장은 “현재 재건축·재개발은 절차보다는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이 부분을 해결할 방안이 미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