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책은 없는 반쪽짜리 안정책
집값 폭등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8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는 금융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택 사업장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한도를 기존 30조원에서 35조원으로 상향한다는 내용만 들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집값 상승세를 끌어내리기 위해 대출 요건을 강화해 집을 사려는 수요를 줄이는 대책이 포함되기 마련인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조이는 어려운 작업은 일단 미뤄 두고, 다음 정권 때나 본격화할 수 있는 공급책 위주로만 구성한 ‘반쪽 정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 왔던 정책을 한순간에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 대출 규제책이 빠졌다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이 우상향하게 하는 대출 정책을 펴왔다. 각종 정책 대출이 대표적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난해 40조원 풀렸고, 1%대 금리의 신생아특례대출은 올 상반기 6조원 풀렸다.
지난 6월 말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12주 연속 오르는 등 경고 사인이 들어왔지만 정부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7월 시행 계획을 돌연 두 달 미뤘다. 시장에 ‘정부가 부동산 상승세를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그널로 작용했고, 이후 지난달에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5조5000억원 늘어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정부는 9월 DSR 강화 등 이미 예정된 정책으로 대응한 뒤,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마다 추가 자본을 적립하게 해 대출 규모 증가 폭을 줄이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대출 규제를 도입하거나, 기존 정책 대출 규모를 축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부동산 매수세가 곧바로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려 기존 대출자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는 일이라 정부 입장에서도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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