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마다않는 유인촌, ‘비계 삼겹살’ 터진 제주 갔더니…
[헤럴드경제(제주)=이정아 기자] “저희 가게는 ‘비계 삼겹살’ 취급 안 합니다. 속이지 않고 장사하겠습니다.”
8일 오후 7시께 제주 제주시 건입동 흑돼지 거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A 제주도 흑돼지 고깃집 내부를 둘러보며 “삼겹살이 어떻게 나오나요”라고 물었다. 유 장관이 판매 중인 고깃덩어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A 제주도 흑돼지 고깃집 상인은 “논란 이후 거리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유 장관이 최근 몇 개월 동안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여행 심리가 얼어붙은 제주를 찾았다. 그는 칠성로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상인들과 함께 논란 이후 달라진 거리의 모습을 점검했다.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유 장관의 파격 행보다. 그는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부터 ‘해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날 유 장관은 하루 종일 제주의 예술·관광 현장을 누볐다.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른 무더위에도 유 장관은 오전 7시부터 자전거를 타고 제주 지역 대표 관광자원인 ‘환상 자전거길’ 구간을 돌아봤다. 그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호국영웅 강승우로’와 ‘6·25 참전기념비’를 방문해 희생자들도 추모했는데, 이러한 전적지 방문은 지난 6월 가평 소재 안보 전적지와 지난주 양평 지역 전적지에 이어 세 번째다.
문체부는 6·25 전적시설 자전거 관광 코스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구축 중이다. 유 장관은 “경기 동부, 남부, 서부를 비롯해 강원과 경북 등 전국 곳곳에 마지막 방어선을 지켰던 6·25 참전 용사들의 전적지가 많다”며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들을 발굴해 자전거 관광 등과 연계, ‘하나의 길’로 묶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전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원 체계도 점검했다. 그는 제주도청 담당 실무자들을 만나 “제주 자전거길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숙소와 식당 등을 발굴해, 여권처럼 도장을 찍고 다니는 자전거 관광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 등을 검토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유 장관은 지역 예술인들의 현장 의견도 청취했다. 제주의 독창적 콘텐츠 ‘해녀’를 소재로 공연관광을 운영하는 기업 ‘해녀의 부엌’을 방문해 제작자들을 만났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제주 지역 원로와 청년 문화예술인 20여명과 간담회를 열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유 장관은 “인구가 줄고 지역이 소멸하는 오늘날, 예술은 사람을 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지역 예술인들이 서울에 오지 않고도 각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간담회에서는 지난 7월 문체부 공모를 거쳐 선정된 제주 지역 ‘2024년 대표 예술단체’인 극단 세이레, 사단법인 마로, 제주풍류회 두모악 대표들도 참석해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 정부는 올해 시범으로 진행되는 공모 사업으로 올해 말 지원 성과를 철저하게 따져보고 이에 따라 내년도 관련 사업 예산 편성 체계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1시간30여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배고픈 예술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잇따르자 유 장관은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나랏돈으로 모든 예술가를 먹여 살릴 수는 없다”며 “항상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더 치열하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각 예술인이나 그의 작품을 지원하는 형태가 아닌, 특색을 갖춘 지역 예술단체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나가고 있다”며 “단, 안정적으로 월급 받는 예술단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오디션으로 시즌제 단원을 뽑는 ‘국립’ 예술단체 등을 만들어 적극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문체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제29회 제주국제관악제’도 찾았다. 1995년 관악축제로 시작해 현재는 관악·타악, 작곡 콩쿠르를 함께 운영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지난해에는 4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올해는 제주돌문화공원, 서귀포천지연폭포 등 제주 야외명소 곳곳에서도 금빛 선율을 느낄 수 있다. 유 장관은 개막 축사를 통해 “관악만으로 축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감동”이라며 “국제관악제는 제주 문화예술을 빛나는 예술섬으로 만들 수 있는 그 길의 큰 버팀목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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