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혁신과 주가 방향 다를 수도… 분산투자 관심 기울일 때”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성장세가 매섭다. 지난해 6월 기준 출시 21년 만에 순자산 규모 100조원을 돌파해 축포를 쐈던 ETF는 지난 6월에는 순자산 152조6000억원을 기록, 1년 만에 50% 넘게 성장했다. 유독 한국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타이거(TIGER)’ 브랜드로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와 함께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과거 1위와 격차가 컸던 TIGER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린 주역은 2019년 경쟁사에서 회사를 옮긴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 운용부문 대표다. 최근 책 ‘당신의 미래, ETF 투자가 답이다’를 낸 김 대표는 지난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 포인트는 ETF 복음주의”라고 말했다.
만난 사람=권기석 경제부장
-‘ETF 복음주의’라는 말이 있나.
“제가 만든 표현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ETF를 운용하는 아이쉐어즈(iShares)를 보유한 영국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터베스트(BGI, 2009년 블랙록이 인수)가 ETF를 복음처럼 투자자들에게 많이 알리겠다는 차원에서 한 얘기다. ETF는 저비용에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니 ‘투자하자’는 메시지를 전파하자는 것인데, 매우 인상 깊게 봤다.”
-ETF가 왜 장기투자에 적합한 수단인가.
“보수가 저렴하고 투명하다. 또 우량 자산을 잘 고르면 매매 시점에 상관없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2020년 8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ETF가 국내에 순자산 150억원 규모로 처음으로 상장됐는데, 올해만 2조원이 넘게 늘어나 지난달 기준으로 4조원이 넘었다. S&P500 지수 단기 고점에 투자한 사람일지라도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우량한 자산에 투자하기로 했다면 시점에 상관없이 최대한 빨리, 자주 투자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코스피였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 테지만 미국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는 S&P500이라면 안전하다.”
-오늘(5일 기준) 증시가 폭락했다. ETF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오늘 같은 날 매도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매수 시점을 잡기가 어렵다. 오를 때는 급등하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매도했던 시점보다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저는 여유자금을 투입해 분할해서 매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금요일(2일, 코스피 3.65% 하락)보다 오늘 좀 더 샀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주도주였던 기술주 투자 비중이 높은 ETF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달도 차면 기운다. 빅테크가 혁신을 주도하겠지만 혁신과 주가의 방향은 다를 수 있다. 6월 기점으로 빅테크보다는 분산 투자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우량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에 아시아 최초로 S&P500 동일가중 ETF를 출시했다. 500개 종목이 각각 0.2% 비중으로 담긴 것이다. 우량주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대형주 쏠림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추천한다. 증시 전망은 저의 영역은 아니다. 투자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분할해서 사면 결국 승리한다는 것이다.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5년 이상 남아있다면 이러한 접근을 추천한다.”
-최근 ETF 시장에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소형사가 시장을 떠나면 대형사들이 다시 ETF 운용 보수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부 ETF는 무보수에 가까울 정도로 운용보수가 낮은 것은 맞지만 테마형 ETF의 경우에는 보수 인하 경쟁이 심하지 않다. 최근 1년 시장이 50% 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했지만, 성장세가 둔화하고 시장이 자리를 잡게 되면 보수 인하 경쟁이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ETF는 운용 보수를 낮췄다가 올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수익자를 모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새로운 ETF 상품을 개발할 때 원칙이 있나.
“투자자들의 노후를 준비하기 적합한 장기 투자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그런 면에서 해외와 테마형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당장 팔릴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 같지 않은 상품은 되도록 상장을 지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기업이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없으니 비용을 지불하면서 형성된 시장이다. 주요국이 ‘넷제로(탄소배출 0)’ 사회로 가고 있어 우상향하는 시장이 아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성도 높다. 탄소배출권에 투자해 가격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영향도 있어 일부 경쟁사는 출시해 운용 중이지만, 우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허용돼야 하나.
“충분한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된다면 국내도 허용하는 게 좋다.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재산을 증식할 기회를 줘야 한다. 미국에서는 되고 우리나라는 안되면 역차별이 될 수 있다. 보수적인 블랙록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다.”
-2019년 17년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둘 때 전 직장에서 ‘너 하나 나간다고 바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었다고 책에 적혀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시점에서 한다면.
“당시에는 동기부여가 됐던 얘기다. 제가 바꿨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회사에 온 이후 변화가 있던 것에 대해 의미 있게 생각한다. 운이 있었다.”
정리=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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