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떨어뜨리려 작당, ‘싫어요’로 협박, 사람으로 경매… 이게 인플루언서 세계?
인간적인 선의의 경쟁까지 바란 건 아니지만, 예상보다 더 나빴다. 국내 인플루언서 77인이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서바이벌 예능.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의 첫인상은 협잡의 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난 6일 공개된 이 작품에는 ‘스캠 코인(암호 화폐 사기)’ 연루 의혹을 받는 유튜버 ‘오킹’의 출연이 예고되면서 공개 전부터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혹평을 부른 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공개된 1~4화는 77인 저마다의 장점과 색깔은 묻히고, 오로지 편 가르기와 ‘어그로(관심 끌기)’ 경쟁 일색이었다. 일부 참가자는 살아남기 위해 도덕적인 선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을 ‘능력’이라 부르는 모습이 오히려 불쾌함을 느끼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부터 날리자”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아프리카tv 등에서 활동하는 77인의 면면은 이목을 끌만 했다. ‘빠니보틀’ ‘진용진’ ‘대도서관’ ‘육식맨’ 등 많게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41인과, 세계적으로 구독자가 2750만명에 달하는 ‘시아지우’ 등 틱토커 9인, 방송에서도 활동한 ‘이사배’ ‘차홍’과 배우 장근석·기은세까지 출연했다. 최후의 승자는 1인, 상금은 3억원이다. 첫 번째 경연은 서로의 소개 영상과 장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각자 15개의 ‘좋아요’와 15개의 ‘싫어요’를 다른 참가자에게 부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개성 있는 출연자들이 모였지만, 이들의 장기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부 유튜버를 중심으로 구독자 수에서 앞서 있는 틱토커를 떨어뜨리기 위한 연합이 형성된 것이다. 이들은 특정인에게 ‘싫어요’를 몰아줬다. “일단 위를 날린다” “타깃” “공격”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싫어요’를 받은 참가자들은 표정이 굳고, 타깃이 될까 봐 누구도 쉽게 무대에 나서지 못한다.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틱토커 ‘시아지우’는 “이기려고 나에게 ‘싫어요’를 보내는 상황이 너무 속상했다” “’싫어요’가 평소의 악플 같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어그로 끌기 위해 유명인 이용
‘유명인을 공격해 어그로를 끈다’는 전략을 짠 유튜버가 몸소 보여주면서, ‘쯔양’을 먹잇감 삼아 일부 유튜버들이 벌였던 폭로전도 연상시켰다. 배우 장근석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관심을 끈 그는, “어그로를 끌려면 큰 인물에게 가야 한다. 지적질을 한다거나”라고 말한다. ‘좋아요’를 주지 않으면 ‘싫어요’를 주겠다며 협박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를 유리 케이스에 넣고 경매에 붙여 돈으로 ‘사는’ 방식, 여과 없이 튀어 나오는 비속어, 일부 참가자의 스스럼없는 신체 노출 등 자극의 연속이었다.
편 가르기 등에 거북함을 보인 참가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경연에서 살아남는 건 그런 전략을 쓴 이들이었다. 이는 단시간에 시청자 모으기 등 ‘숫자’에만 집중한 경연 방식 때문이기도 했다. 그 결과 저마다의 색깔로 사랑받는 인플루언서들을 모아놓고 경쟁을 붙여 불안을 자극하는 씁쓸한 리얼리티 쇼가 되고 말았다. 국내 리뷰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혹평이 주를 이루고, 해외 평점 사이트 IMDb 평점도 5점대(10점 만점)에 그치고 있다. 이게 인플루언서의 진짜 모습이라고 반박한다면 할 말이 없다. 인플루언서의 세계에 그저 편승한 예능 프로에 ‘어그로’ 말고 무슨 의미를 붙일 수 있을까. 프로그램의 남은 후반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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