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 만에 찾아온 네쌍둥이… “조용하던 집에 생기 돌아요”
[아이들이 바꾼 우리] 4남매 쌍둥이 키우는 최혜옥·장도현 부부
서울 강서구에 사는 4남매 쌍둥이 장태이·재이·조이·서이는 동네 유명 인사다. 서로 똑 닮은 이 아이들은 2022년 12월 2일 서울대병원에서 1~2분 간격으로 태어났다. 태이·재이는 일란성 아들, 조이·서이는 일란성 딸이다. 다 함께 유아 왜건(wagon)을 탄 채 엄마 최혜옥(35)씨와 동네 산책을 나가면 이웃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같이 사진 한번 찍자고 청하기도 한다. “까까 사먹어” 하며 아이들 손에 만원짜리 지폐를 쥐여주는 할머니도 있다. 최씨는 “네 쌍둥이는 신기하다 보니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데, ‘예쁘다’ ‘귀엽다’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결혼 5년 만에 이 보물들과 함께하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난임, 출산, 신생아 육아라는 세 고비를 차례로 넘겼다.
친구로 만나 2017년 결혼한 회사원 커플 최혜옥·장도현 부부는 2020년부터 2년 넘게 난임으로 고생했다. 처음엔 ‘왜 아이가 잘 안 생기지?’ 정도였는데, 그 걱정·불안이 갈수록 점점 더 커졌다고 한다. 난임 클리닉을 찾아 과배란 자연 임신도, 시험관 시술도 한 번 시도해봤지만, 임신에 실패했다. 최씨는 “‘남들은 다 되는데 난 왜 안 될까’ ‘내 몸이 어딘가 잘못됐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스스로를 탓하며 우울해하던 시기였다”고 했다.
결국 2022년 4월 난임 무급 휴직을 결심한 뒤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때였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다시 한번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는데 그때 임신이 됐다. 부부는 “어떤 말로도 표현 못 할 정도로 기뻤다”고 했다. 최씨는 “시험관 시술 두 번 만에 임신에 성공하고 나니 지난날 자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직장에서 받은 업무 스트레스가 난임에 영향을 미치고, 그 스트레스가 다시 업무·난임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고비는 출산이었다. 이 부부는 쌍둥이를 예상했다고 한다. 태명도 부부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또또’ ‘채채’로 지어놨다. 그런데 검진에서 네 쌍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남편 장씨는 “넷이나 낳을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많이 당황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네 아이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지 확신하기도 어려웠다. 주변에 ‘선택 유산’을 권유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전종관 당시 서울대병원 교수(현 이대목동병원 교수)가 “잘 크고 있으니 더 지켜보자”고 했다. ‘또또’, ‘채채’에 ‘또이’, ‘채이’가 추가됐다. 다행히 임신 기간 내내 아이들은 무탈하게 잘 자라줬다. 비록 ‘29주 이른둥이’로 태어나긴 했지만 네 아이 모두 건강했다. 장씨는 “정말 우리 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마지막 고비는 신생아 육아였다. 최씨가 육아휴직을 하고 친정 엄마가 틈날 때마다 찾아와 양육을 도왔다. 다만 네 아이를 그렇게 계속 돌보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난해 의류 회사에 다니는 남편 장씨도 1년 육아휴직을 썼다. 직장 동료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었고, 경제적인 문제가 신경이 쓰여도 어쩔 수 없었다. 네 아이가 하루에 먹는 분유만 2리터 분량이었다. 그나마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쓰면 첫 3개월간은 부부 합산 최대 1500만원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가 있었다. 현재는 이 제도가 확대돼 부부가 모두 휴직하면 첫 6개월간 최대 3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장씨는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던 ‘동시 육아휴직’ 기간은 부부가 서로 이해해가면서 가족 전체가 더 끈끈해질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이었다”며 “육아로 지칠 때도 있었지만, ‘내일 어디를 가면 좋을까’ ‘뭘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할까’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했다. 최씨는 “부부 동시 육아휴직 지원 제도가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말 큰 힘이 됐다”며 “이 제도를 계속 확대하고 육아휴직을 쓸 때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나가면 저출생 문제 해결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남편 장씨는 1년 육아휴직을 끝내고 올 4월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남편이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는 최씨 혼자 아이들을 돌본다. 최씨는 “육아가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아이가 열나고 아플 땐 마음도 너무 아프다”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는 임신·출산을 한 번만 겪었고, 아이를 갖기 위해 애쓰고 마음고생하던 예전 생각을 하면 지금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엄마·아빠가 하는 말을 조금씩 따라 하고, 엄마·아빠 얼굴을 가리키면서 ‘엄마 눈’ ‘아빠 코’ 하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몇 년 뒤 아이들과 함께 게임하고 캠핑할 날들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최씨는 “네 아이가 선물처럼 찾아오면서 조용하던 집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부부들마다 사정이 있고 생각이 다른 만큼 모두 아이를 낳을 필요는 없지만,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은 꼭 이 ‘아이 키우는 기쁨’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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