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한동훈의 진짜 시험대

최재혁 기자 2024. 8. 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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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政 체제 구축한 韓
현금성 복지 확대 등 보수의 禁忌 깨나
보수층 설득이 관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는 친윤(親尹) 정책위의장을 사퇴시키고 친정(親政) 체제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치 신인 한동훈’이 국민의힘에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과 비한(非韓)들이 한 대표를 못마땅해하거나 리더로 인정할지 판단을 유보한 상태라고 한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63%의 지지를 얻었지만 여전히 여당 내에서 ‘이질적’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이번에 ‘중수청(中首靑)’을 들고나왔다. 중도, 수도권, 청년에서 보수 영토를 확장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진통을 수반한다. 철학의 충돌뿐 아니라 이해관계의 충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청와대의 첫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의원이 최근 ‘대한민국의 구조조정과 혁신’이란 책을 출간했다. ‘국민의힘에 드리는 고언(苦言)’이란 챕터에서 그는 다섯 가지를 여당에 주문했다. 내각제 개헌 추진, 정책의 근본적 수정, 당 지도부 세대교체, 대학생 정치인 양성,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한 각오와 헌신 등이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정책’ 부분이었다. “(국힘당에 필요한 것은) 완고한 극(極)보수 이미지 불식을 위한 정강 정책의 본질적 수정과 보완이다. 유럽의 사회주의 정당들의 가치와 문화 중에서 수용 가능한 부분은 정강 정책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매번 민주당의 포퓰리즘적 공약을 강력 반대만 하다가 결국은 어정쩡하게 뒤따라가는 2중대 역할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젠다를 선점하지 못하는 당의 진취성과 순발력의 결여가 지속되는 한 어떤 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1971년 박정희 시대에 관료 생활을 시작해 박 전 대통령 탄핵까지 겪었던 허 전 의원은 뼛속까지 보수다. 그런 그가 보수도 필요하면 포퓰리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민주당의 대표적 포퓰리즘은 ‘25만원 민생지원법’이다. 전(全)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자는 법인데,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3조~18조원의 재정이 들어가야 한다.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재정 적자를 악화시킨다”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해 위헌”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이 법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계속 재상정할 예정이다. 그때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대 필리버스터를 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슬로건은 ‘이재명은 합니다’였다.

한 대표는 ‘25만원 지원법’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약자를 지원하는 정치를 할 것이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필요하다면 취약층에 현금성 지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실제 한 대표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반대에도 서민 130만 가구에 전기요금 1만5000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을 관철시켰다. 기존 예산 1400여 억원에 180억원이 더 들어가게 됐다. 한 대표가 주변에 “재정 건전성도 좋지만, 3년간 절약해 놔도 민주당이 집권하면 몇 달 만에 다 써버리지 않겠느냐”고 했다는 말도 들린다.

한 대표가 어떤 변화를 추구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현금성 복지’ 등으로 보수의 금기를 깨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고자 한다면, 적지 않은 진통을 각오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내부를 설득해야 하고 보수층 전체가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한 대표에게는 ‘해병대원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보다 이 문제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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