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SKY 마약 동아리, 누구 책임인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대학생 수백 명을 회원으로 두고 마약 투약·유통, 집단 성관계까지 횡행했던 ‘마약 동아리’ 사건은 하마터면 묻힐 뻔했다. 연세대·카이스트 출신 회장 A(31)씨는 지난해 성탄절 무렵 서울의 한 특급 호텔에서 여자 친구와 마약에 취한 채 소동을 부렸다. 단순 투약으로 구속 기소된 A씨의 공판 검사가 그의 수상한 계좌 거래 정황을 포착해 수사가 확대됐다. 검사의 수사 집념이 아니었다면 A씨 재판은 단순 투약 사건으로 끝났을 테고, 마약 동아리는 여전히 활동 중이었을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과거엔 일부 특권·부유층 자제들이 외국에서나 접했던 마약이 이젠 국내에서 치킨 몇 마리 값에 살 수 있음을 실감했다. 필로폰은 1회분(0.05g) 가격이 과거 10만원대에서 현재 4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이번 마약 동아리 사건 때도 A씨 등 임원진은 엑스터시·LSD 1회 투약분을 고작 운동화 한 켤레 가격인 10만원대에 사들였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원생에 이르는 학생 마약 사범이 2018년 123명에서 지난해 1347명으로 11배 가까이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 검사에게 “대학가뿐 아니라 초·중·고 일선 학교에 마약이 만연하니 대규모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수사권이 없다”고 했다. 검사(檢事)가 범죄 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이 황당한 답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할 수 있는 마약 수사는 ‘500만원 이상 마약 밀수 사건’으로 한정됐다.(이후 일부 복원) 어느 날 경찰서에 잡혀 들어온 마약 피의자가 단순 투약범인지, 마약 소굴 두목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검찰은 손끝 하나 댈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초기 수사의 성패는 모두 경찰에 달린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맡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일부까지 떠안았다. 수사권 조정 직전인 2020년과 비교해 경찰의 마약 수사 인력은 고작 6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들은 업무 과중을 호소하다가 죽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관악서, 충남 예산서 경찰이 업무 과다를 호소하며 자살했다. 같은 달 서울 동작서 직원이 뇌출혈로 사망했고 혜화서 경찰이 한강에 투신했다. 2021년부터 매년 20명 넘는 경찰이 죽어간다.
경찰서 기자실에는 ‘마약에 취해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 김모씨’ 같은 사건이 거의 매일 들어온다. 사망 사건이 아니면 뉴스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고위 경찰공무원 출신으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앞장섰던 한 야당 의원은 2022년 현 정부가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국내 마약 적발은 5년 사이 불과 5배 늘어나 전쟁을 선포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마약과의 전쟁은 의도가 불순하다”고 했다. 평범한 대학생마저 마약에 빠지는 나라를 누가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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